백악관에 출근하는 직원들, 트럼프 만날까봐 걱정
바이든, 자택 있는 윌밍턴에 임시 인수위 사무실
안보전문가, 보건 노동자, 민주당 지도부 등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불복 주장에 매달리면서 국정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조심스럽게 국정 운영 준비를 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은 지난주에 있었던 일들을 근거로 ‘최고 사령관(commander in chief·대통령을 의미)’ 자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고,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선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텅 빈 백악관에서 문을 닫은 채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에서 25만명 이상이 숨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에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으며, 부정선거에 대한 음모론을 만들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백악관에도 소수의 당국자들만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백악관에 출근한 직원들조차 화가 난 상태로 대선 결과를 뒤집을 방안을 요구하는 신경질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우연히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이자 대선 불복 소송을 지휘하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아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20일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법무팀 회의가 취소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호통을 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줄리아니가 19일 대선 불복 기자회견을 했을 때, 땀과 섞인 검은 염색약이 줄리아니의 양 볼을 거쳐 턱 부근까지 흘러내려온 장면이 화제가 된 데 대해 불평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AP통신은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바이든 당선인은 SNS나 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에 매달리는 대신 국정에 집중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난했다.
바이든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바이든의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시내의 한 극장에 임시 정권인수위원회 본부를 차려놓고 매일 모였다. 임시 인수위 본부에선 화상 회의도 이뤄진다.
바이든과 해리스는 지난 16일 기업과 노조 지도자들을 만났고, 17일엔 국가안보 전문가들과 회의를 가졌다. 18일엔 공중보건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보건 노동자들을, 19일엔 주지사들을 각각 만났다. 20일엔 민주당 의회 지도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과 회의를 가졌다. 특히 20일은 바이든의 78번째 생일이었다.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바이든을 만났던 래리 호건 매릴랜드 주지사는 “(19일) 모임은 코로나19 대처 방안이 초점이었다”면서 “그들은 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어 “정보를 모으는 회의였고, 그들은 어떤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변화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바이든은 의회 지도자들에게 기싸움을 중단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기부양법안을 연말까지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바이든은 또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등을 포함한 최고위 참모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직 인선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대선 불복으로 정권 인수 작업에 어려움을 겪자 비판을 칼날을 세우기도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를 겨냥해 “완전히 무책임하다”면서 “그(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가장 무책임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데 있어 또 하나의 사건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불복에 걱정하는 미국인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금만 기다려라. 나는 (백악관으로) 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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