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 KT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무마해 주고 딸의 대기업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의 판단은 무죄였지만 판단이 뒤집혔다. 이 전 회장의 뇌물공여죄도 함께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20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로서 증인 채택에 관한 (김 전 의원의) 직무와 딸의 채용 기회 제공 사이에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2012년 국정감사 기간에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 무마 대가로 딸 정규직 채용이라는 형태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의 딸은 2011년 파견 계약직으로 KT 스포츠단에 입사해 일하다 2012년 10월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의 증인 채택에 관한 직무와 딸의 취업기회 제공 사이에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 딸이 KT 정규직에 채용된 것은 사회통념상 김 전 의원이 뇌물을 수수한 것과 동일하게 판단할 수 있다”며 “김 전 의원은 직무와 관련해 이 전 회장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받는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8년 전의 범행으로 당시에는 자녀의 부정 채용만으로도 뇌물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의 딸이 부정하게 채용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김 전 의원 본인이 이익을 제공받은 것이 아닌 만큼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김 전 의원은 판결 직후 “날조된 검찰의 증거들로 채워진 허위 진술과 허위 증언에 의해 판단된 잘못된 결과”라며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