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연희동 자택, 별채만 압류… 본채는 불법재산 증거 부족”

입력 2020-11-20 17:18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지난 4월 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후 부인 이순자 씨와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별채가 전씨의 비자금으로 형성된 불법재산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그러나 자택 본채와 정원은 불법재산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압류 취소를 결정했다. 다만 전씨 측이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별채에 대한 압류 집행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0일 전씨 부인 이순자씨와 며느리 이모씨 등이 연희동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류 조치에 불복해 제기한 재판 집행 이의신청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 별채의 경우 뇌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매수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본채와 정원은 전씨가 대통령 취임 전 취득하는 등 불법재산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쟁점은 본채와 정원, 별채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서 규정한 불법재산인지 여부다. 이에 따라 검찰의 압류 조치가 위법한지 여부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013년 추징금 집행 시효 만료 전 추징금 환수에 본격 나서며, 전씨의 연희동 자택을 압류 대상에 포함했다. 전씨 측은 2018년 12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검찰의 추징에 불복하는 신청서를 서울고법에 제출했다. 연희동 자택은 지난해 3월 공매에서 51억3700만원에 낙찰됐었다.

전씨의 처남 이모씨는 지난 2003년 전씨가 대통령 재임기간 받은 뇌물 일부를 자금 세탁을 통해 별채 구입 자금으로 썼다. 추징금 시효만료가 임박했던 2013년 4월 며느리 이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재판부는 “이씨는 별채 취득 당시 국내에 거주하지도 않았고, 매수 자금 마련 및 매매계약 체결이 비정상적으로 단기간에 이뤄졌다”며 “불법재산인 정황을 알면서도 별채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본채의 토지는 부인 이순자씨가 전씨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11년 전인 1969년 10월 소유권을 취득했다. 정원은 전씨가 대통령 취임 전인 1980년 6월 소유권을 취득했고, 이후 장남 전재국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1999년 비서관 이모씨 명의로 등기됐다. 재판부는 전씨가 대통령 재임 기간 받은 뇌물로 취득한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재산이 아니라고 봤다.

본채의 건물은 종전의 건물을 신축해 1987년 4월 이순자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순자씨는 건물공사비로 1억5000만원을 지출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검사가 건물공사비 액수나 공사비자금 출처에 대한 자료 등 건물이 불법 수익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을 인정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본채와 정원이 명의만 빌린 전씨의 차명재산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해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다”고 했다. 추징금 채권 시효 완성 전에 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추징금 채권을 피보전 채권으로 하는 채권자대리소송을 제기해 이 소송에서 차명재산을 입증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적극적으로 항고를 제기하고, 집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결정에도 불구하고 연희동 자택에 대한 압류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앞서 행정소송에서 제기한 집행정지결정이 유효하기 때문에 당장 압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1997년 법원은 전씨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하면서 추징금 2205억원을 명령했다. 전씨가 미납한 추징금은 991억여원이다. 전씨 측은 2018년 서울행정법원에 공매를 중단시켜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