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개, 함께 키워도 될까? [개st상식]

입력 2020-11-22 09:13 수정 2020-11-22 09:13
"너는 그냥 맞자냥!" 고양이가 개를 이유없이 때리는 이 장면은 과거 큰 유행을 탔고, 미국의 네셔널지오그래픽 협회에서 탐구영상을 만들기까지 했다. 출처: imgur

반려견과 산책하다가 길고양이를 마주친 적 있나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견주들은 고양이에게 돌진하는 개를 말리느라 진땀을 흘립니다. 고양이와 개를 동시에 기르는 것도 무조건 금기시되는데 대다수 사람이 ‘고양이와 개는 사이가 좋지 않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체격 차이, 보디랭귀지, 습성의 차이를 생각하면 둘의 공존은 어려울 것 같죠. 하지만 실제 연구결과는 통념과 다릅니다.

국제수의학행동저널(Journal of Veterinary Behavior)에 발표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양이와 개는 오히려 사이좋게 지내는데요. 두 종은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미국 링컨대학 수의학팀의 2018년 보고서를 바탕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대체로 잘 지내지만…개들은 맞고 산다

연구팀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유럽의 묘견가정 748가구를 심층 조사했습니다. 질문은 “근처에 다른 종이 있어도 차분했나?” “다른 종을 공격한 적 있나? 그 빈도는?” 등이었습니다.

응답자의 80% 이상은 개, 고양이의 동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고양이와 개의 동거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은 3%에 불과했죠.

묘견 가정의 80%는 둘이 잘 지낸다고 답했다. 출처: theguardian

둘의 동거가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고양이가 개를 끊임없이 괴롭히거든요. 고양이가 반려견을 괴롭히는 비율은 56%에 달하지만 개가 고양이를 공격하는 경우는 18%에 그쳤죠. 공격을 받고 다친 경우는 개(9.6%)가 고양이(0.9%)보다 10배나 많았습니다.

"받아라 냥냥펀치!" 출처: imgur

일명 냥아치(고양이+양아치)짤로 돌아다니는 사진. 출처: pinimg

두 동물은 음식, 잠자리, 장난감을 친구에게 양보하는 습성이 있는데요. 조사에 따르면 개가 양보하는 비율이 고양이보다 약 2배 높았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쪽은 견공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고양이가 개를 때리는 이유

어째서 고양이는 개를 괴롭힐까요? 연구의 공동저자인 소피 홀은 “고양이는 개보다 역사적으로 덜 길들여졌다”면서 사회화의 차이에 주목합니다.

인류가 처음 고양이를 기른 것은 기원전 3000~4000년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인류는 문명을 일구었죠. 반면에 개를 기른 것은 4만년 전으로 인류가 수렵 생활을 하던 시절입니다. 오랜 시간 개량되면서 개들은 온순해졌고 다른 가축과도 쉽게 어울립니다.

반면에 고양이의 품성은 야생동물에 가깝습니다. 신체적으로 약자인 고양이는 크고 강력한 개들을 보면 공포를 느끼며, 높은 곳에 올라가서 개를 피합니다.

"친해서 두피 마사지 해주는 거예요" 출처: reddit

함께 키우려면? 1살 이전부터 키워야

그렇지만 개와 고양이는 얼마든지 동거할 수 있습니다. 응답자들의 정보를 통합한 결과, 연구진은 개와 고양이의 공존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고양이의 나이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동거하는 시점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홀은 “1살 미만에 동거를 시작하는 것이 고양이에게 가장 좋다”고 조언합니다. 보고서를 마치며 홀은 “통념과 달리 개와 고양이는 편안한 사이가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죠.

어릴 적부터 동거한다면 고양이도 개와 잘 지낼 수 있다. 출처: treehugger

사이가 나쁜 두 사람의 관계를 영어권에서는 ‘개와 고양이처럼 다툰다(fights like cats and dogs)’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동물행동 분석학의 발달로 이 표현을 지워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시기만 잘 맞춘다면 개와 고양이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으니까요.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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