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산업은행을 향해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용인해준 것은 산업은행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동참한 참사라는 지적이다.
KCGI는 20일 ‘산업은행이 말 못 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KCGI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아시아나항공 잠재부실 부담을 고민하던 산업은행과 일부 정책당국이 항공업 통합과 실업 우려에 대한 궁여지책”이라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동참하게 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KCGI는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금 8000억원을 지원받는 대가로 산은과 체결한 7대 의무를 비판했었다. 이에 이어 이날에는 산은을 저격한 것이다.
KCGI는 “항공업 통합의 대의는 공감하지만, 그 절차와 과정은 투명하며 공정하게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 및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1년 반 이상 준비하고 실사한 HDC 현대산업개발도 검증하지 못한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을 합리적인 실사나 정당한 절차도 밟지도 않고 국책은행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떠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KCGI는 또 전날 이동걸 산은 회장이 산은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불발될 시 합병이 무산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KCGI는 “(산은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조원태 회장 측이 원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KCGI는 이어 “국책은행과 정책당국이 지금이라도 민간기업 경영권간섭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합리적인 방식을 택해야 한다”며 “더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한항공 측은 장기적으로 두 항공사의 통합이 항공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이날 제22차 관광산업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장기적으로는 시너지”라며 “코로나 때문에 당장 1~2년, 2~3년은 누구나 어렵지만 두 회사가 통합한 이후 2~3년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 2조5000억원을 증자하는데 그런 장기적 시너지를 보고 주주들의 호응이 상당히 좋다”라며 “빚이 아닌 증자로, 장기적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아 부실의 위험을 훨씬 줄이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느는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좋게 하고 부채비율을 낮게 해 금융 비용을 줄여 시너지를 나오게 하는 구조로 (인수 방식을) 짰다”라며 “동반부실 위험은 따로 갔을 때보다는 동반했을 때 부실 우려가 훨씬 적어진다. 산은도 그렇기 때문에 그 구조를 동의하고 추진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