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무안공항’ VS ‘무안광주공항’…공항통합 탐색전

입력 2020-11-20 09:39

‘광주무안공항이냐. 무안광주공항이냐’ 이번에는 명칭 변경을 둘러싸고 광주시와 전남도가 샅바 싸움에 들어갔다.

무안국제공항 명칭에 ‘광주’라는 지명을 넣어달라는 광주시 요구를 전남도가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광주무안공항이냐, 무안광주공항이냐를 두고 적잖은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서로의 지명을 공항 명칭 앞에 두려는 ‘애향심’의 발로라고 이해되지만 지엽말단적인 사안으로 소모적 논쟁이 다시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전남도가 광주시의 공항 명칭변경 요구를 수용하겠다가 발표한 데 대해 무안군이 아무런 상의도 없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는 등 후유증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는 “무안국제공항 이름에 광주를 넣어달라는 광주시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도가 공항명칭 변경에 대해 적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2018년 당시 ”오는 2021년까지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무조건 통합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협약을 수면 위로 상기시키고 이전 명분을 대내외에 축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은 19일 언론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무안공항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세부 추진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명칭 변경을 두고 “더는 소모적 논쟁이 없어야 한다”며 “무안공항 이름을 무안광주국제공항으로 바꿔 달라는 광주시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시가 공식적으로 공문을 통해 요구하면 명칭 변경을 국토교통부에 바로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주시의 입장은 다르다. 시는 ‘광주’가 앞에 들어간 ‘광주무안공항’을 선호하고 있다. 명칭을 바꾸려면 광주무안공항이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시는 전투기 이·착륙 때 굉음을 유발해 민원이 끊이지 않는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이 무안으로 동시 이전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무안공항이 들어선 무안군의 양해를 전제로 군·민간 공항을 한꺼번에 옮기려는 속셈이다.

이를 두고 당사자인 무안군은 꿈쩍도 하지 않는 강경한 자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편이나 다름없는 전남도의 명칭변경 수용까지 불쾌하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산 무안군수는 이날 “무안국제공항의 명칭 변경을 해당 지자체인 무안군과 상의도 없이 전남도가 멋대로 발표할 수 있는 일이냐”며 “명칭변경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전에도 전남도가 명칭변경에 대한 의견을 물어와 안 된다고 분명히 밝힌 적이 있다”며 “전남도에 여러 경로를 통해 항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10월 8일 ‘광주공항과 무안공항 통합시 명칭변경에 대한 전남도 입장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이 공문에서 광주시는 “광주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이 통합된다면 공항명칭을 ‘광주무안국제공항’으로 변경함이 통합공항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광주시민익위원회가 최근 광주시민 2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4명이 광주를 앞세운 ‘광주무안공항'을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광주시가 양보해 ‘무안광주국제공항’ 명칭 변경 제안을 받아들여도 최종 권한은 국토교통부가 행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는 일단 명칭변경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광주시에 2021년까지 무안공항으로 통합하기로 약속한 3차 항공정책 기본계획을 거론하는 등 광주시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어 셈법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

도는 공항 명칭 변경보다는 ‘공항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전국 각지의 공항에서는 모두 14차례에 걸쳐 명칭 변경을 시도했지만,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우려한 정부의 불허로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성사된 적이 없다. 이런 사실도 공항 명칭 변경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주시가 광주공항을 ‘김대중 공항’으로, 충청북도가 청주공항을 반기문 공항으로 해달라고 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사례 등이다.

이에 따라 ‘군·민간 공항 동시 이전 vs 민간공항 우선 통합’으로 지금까지 첨예하게 맞서온 광주시와 전남도가 시·도 ‘행정통합’ 논의까지 불거진 마당에 다시 서로를 향해 어떤 ‘카드’를 내밀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이 좋은 남매처럼 티격태격해온 시·도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묘수와 해법을 찾게 된다면 공항통합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전남도는 침체한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국내선 항공권 비용의 일부 지원, 광주공항 국내선 이전에 대비한 차질 없는 시설 확충, 무안국제공항 인근에 항공특화(MRO)단지 확대 등의 추진 계획을 밝혔다.

도는 354억 원을 들여 현행 활주로 2800m를 2023년까지 3200m로 연장하고 호남고속철도도 연결할 계획이다. 여객청사·주차장·면세점·장비고·관리동·통합관사 등 342억 원 규모의 확장·신축사업도 추진 중이다.

도 관계자는 “광주시가 공식적 요구를 접수해오면 무안군을 설득하고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에 공항 명칭변경을 건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