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지난 2월 대구·경북 위기 때와 흡사할 정도로 “매우 빠르다”며 각종 모임과 이동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정 총리는 또 백신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방역에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정 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새로운 ‘거리두기’ 체제가 첫걸음을 떼자마자 연일 세 자릿수 확진자가 나오고 급기야 사흘 전부터는 300명대에 진입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총리가 코로나19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정 총리는 “지금의 확산속도는 지난 2월 대구·경북에서의 위기 상황과 흡사할 정도로 매우 빠르다”며 “특히 가족 모임과 친목 활동, 수영장, 사우나, 학교, 직장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 총리는 “그간 확진자가 거의 없었던 산간 마을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며 “이제 전국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총리는 “지금 확산세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우리의 일상이 다지 제약될 것”이라며 연말을 맞아 계획 중인 각종 모임을 최대한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 총리는 “직장인들은 송년회와 회식 모임 등을 연기하거나 취소해 주시고 기업에서도 재택근무 등을 통해 일터 방역에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또 “젊은이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최근 일주일간 40대 이하 확진자 비율이 52.2%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전 주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정 총리는 무증상 감염이 많은 젊은 층의 특성상 확산의 범위와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학업 등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면 활동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부터 앞장서겠다”며 “각 부처, 지자체, 그리고 전국의 공공기관은 각종 회식·모임 자제, 대면회의 최소화, 재택근무 활성화 등 강화된 방역조치를 다음 주부터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백신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코로나19 방역에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이 곧 나온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여러 나라에서 확진자가 더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정 총리는 “정부는 필요한 양의 백신을 제때 확보한다는 목표를 갖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백신이 실제 국민들에게 접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그때까지는 마스크 쓰기 등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만이 유일한 예방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최근 독일 정부에서는 ‘집에만 머물러 있는 당신이 진짜 영웅’이라는 공익광고를 통해 외출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