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19일 대검찰청에 검사들을 보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 조사하겠다던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다. 법무부는 대검의 비협조로 일정이 취소됐을 뿐 앞으로 법과 원칙에 따른 감찰이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대검에서는 감찰을 필요로 하는 근거를 요구했음에도 법무부의 답변이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19분 언론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의 대검 방문 조사는 없다”고 알렸다. 애초 방문이 예정됐던 시각은 오후 2시다. 대검도 오후 2시를 넘겨 언론과 엇비슷한 시각에야 법무부로부터 방문 조사가 취소됐다는 안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실무진은 법무부 관계자들의 동선 안내를 준비하는 등 초유의 검찰총장 대면조사에 대비하던 상태였다. 서초동 대검 청사 정문에도 취재진 30여명이 운집했었다.
이에 앞선 이날 오전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윤 총장 비서관실에 검찰 내부 메신저로 “대검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조사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12시까지 답변해 달라”는 취지였다. 윤 총장 비서관실에서는 “어제의 답변과 같다”고 회신했다고 한다. 대검은 지난 18일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감찰에 대한 객관적·구체적 근거를 먼저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이에 박 담당관은 “그럼 조사를 거부한다는 것이냐”고 회신했고, 더 이상의 대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법무부의 윤 총장 조사 일정은 취소됐다. 법무부는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대검이 연일 방문조사예정서를 인편으로 돌려보내기만 한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대검은 대검대로 법무부가 윤 총장 감찰 필요성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 근거를 대는 것이 우선이며, 서면 자료가 먼저 오간 뒤 대면조사를 말하는 것이 통례라고 강조했다.
대검과 법무부의 공방은 이날 야간까지 계속됐다. 법무부는 “감찰 근거를 대라”는 대검을 향해 “비위 사실을 제삼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이라는 논리를 폈다. 감찰 사안을 윤 총장의 ‘개인 비위’로 규정하며 대검이 공문으로 개입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자 대검에서는 “총장의 직무와 관련해 감찰을 한다면서 개인 비위로 규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맞섰다. 감찰 지시부터가 공개적이었는데 갑자기 비밀누설 문제를 언급하는 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날까지 조사 강행 의지를 보이던 법무부가 일정을 미루자 또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검찰 안팎에서 불거지기도 했다. 대검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대검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공식 입장 외에는 말을 아꼈다. 법무부 내에서 윤 총장의 대면조사를 놓고 이견이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감찰 규정상 ‘감찰 대상자의 협조’ 규정을 들어 윤 총장을 압박하려는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일 윤 총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답변, 자료제출, 출석 등 과정에 응하지 않으면 별도의 감찰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법무부의 조치가 준칙을 어기고 충분한 준비 기간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정인에 대한 투서가 들어오더라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한 이후 면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한 지청장은 “법무부에 이번 감찰과 관련해 기초 조사가 어느 정도 돼 있는 것인지, 혐의점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