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감찰관실은 19일 “비위감찰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대면조사 거부를 명분으로 징계나 직무배제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 감찰규정은 감찰대상자가 출석 및 진술서 제출 등에 불응할 경우 감찰 사안으로 처리한다고 규정한다. 검사징계법상 검찰총장 징계는 법무부 장관이 청구하고 징계위원회 위원장도 장관이 맡는다.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고집하는 것도 결국 이런 절차를 밟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부러 윤 총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총장을 징계할 경우 대검이 집행정지 등 행정소송으로 맞서면서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소송이 벌어지면 법무부는 수 차례 조사를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법무부에서 대검 정책기획과가 윤 총장 대리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향후 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지난 1월에도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검찰 기소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감찰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당시 감찰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윤 총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 장관은 취임 후 법무부 감찰관실 소속 검사 전원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임명된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현재 윤 총장 감찰을 주도하고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 관련해 현재까지 모두 5건의 감찰 및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법무부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심재철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야권 정치인 의혹 보고를 받지 못했던 경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유력 언론사 사주 회동 의혹 등을 윤 총장 대면조사에서 주로 확인해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검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의혹이 제기됐으나 윤 총장은 라임 사건과 관련해서는 “첩보 단계에서는 총장이 직접 보고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주요 언론사 사주들을 만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상대방 입장이 있기 때문에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서울중앙지검이 해당 언론사들 관련 사건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사주들을 만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에서는 해당 의혹들에 구체적인 비위 혐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보통 경위서를 우선 제출하고 부족하면 조사를 하는 것이지 갑자기 대면 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윤 총장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부장검사 서정민)는 윤 총장 측근인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친형 의혹과 관련해 인천의 한 골프장을 압수수색했다. 윤 부원장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지난 2012년 육류수입업자로부터 골프 접대 및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무혐의 처분됐었다. 윤 총장은 당시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해당 의혹도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었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