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상 속에 충분히 퍼진 코로나…“거리두기도 한계”

입력 2020-11-19 17:09
강원 인제지역이 금융 다단계 판매업과 관련한 지인 모임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한 가운데 지난 18일 지역 사회단체와 관내 군부대, 인제군 체육회 등 민관군이 합심해 자발적인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유행에 시동이 걸린 셈이다. 길고 혹독한 겨울이 될 수 있다.”(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틀째 300명대를 기록하며 확산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번 확산세는 산발적인 집단감염의 발생,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해진 날씨, 적기를 놓친 방역조치와 시민들의 느슨해진 경각심 등으로 대유행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높은 단계로의 거리두기 상향조정, 개개인의 철저한 위생수칙 준수가 필요하다는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방역조치가 섣불리 완화되며 덩달아 시민들의 경각심이 느슨해진 것 등을 이번 코로나19 확산세의 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지난 8월 수도권의 2차 대유행이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내리는 등 방역조치 완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앞서 종교행사, 밀집시설, 대규모 집회 등 집단감염 요인을 특정할 수 있었던 양상과 달리 이번 확산세는 산발적인 지역감염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이벤트나 장소, 시설이 아니라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확진자들이 나오는 것은 전국적으로 이미 많은 감염자가 흩어져 있다는 것”이라며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 등 실제 감염자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 접어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유리한 물리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8월에도 하루 1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날씨가 덥고 습해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불리했고 시민들이 주로 야외에 머물고 환기도 자주해 크게 유행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날씨가 추워지며 실내 활동이 늘고 카페, 식당 등 밀집시설에서 마스크 착용도 사실상 잘 지켜지지 않아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19일부터 수도권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상향됐지만 더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상향 조건이 지난 17일 이미 충족됐는데도 실제 적용은 19일부터 하기 시작한 것은 마치 불이 났는데 이틀동안 구경하다가 물을 붓는 격”이라며 “원칙에 맞게 거리두기 격상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모든 조치가 한 발짝씩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1.5단계 수칙들이 1단계보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효과가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선제적으로 올리는 등 강화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내년 초 한겨울에 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일상 속 위생수칙을 준수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전 교수는 “현 상황에서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되, 국민들에게 ‘위생 5대 원칙’의 필요성을 잘 알리고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며 “향후 환자가 크게 늘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분산이 잘 이뤄지도록 병원 간 협조 시스템도 미리 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애 정우진 송경모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