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 2000명 넘었는데… 日정부는 계속 ‘여행 장려’

입력 2020-11-19 16:25 수정 2020-11-19 18:14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8일 2000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일본의 일일 확진자가 2000명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1월 16일 첫 감염자가 나온 이래 처음이다.

19일 NHK방송에 따르면 전날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자는 2201명이었다. 지역별로 도쿄도 493명, 오사카부 273명, 홋카이도 233명, 가나가와현 226명 순으로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지자체들은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쿄도는 이날 감염병 의사 등이 참여하는 전문가 회의를 열고 도내 코로나19 경계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인 4단계로 끌어올렸다. 경계수준이 가장 높은 4단계로 격상된 것은 지난 9월 이후 처음이다. NHK에 따르면 이날 도쿄에서는 53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새로 확인됐다. 하루 만에 일일 감염자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코로나19가 급격히 재확산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봉쇄조치 강화를 망설이고 있다. 경제와 방역 사이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사회는 전날 일본 정부의 여행장려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이 코로나19 3차 유행의 계기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카가와 도시오 일본의사회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고투 트래블이 감염자 급증의 계기가 된 게 틀림없다”며 “급증 타이밍을 생각하면 충분히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에 익숙해지지 말아달라.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며 오는 21~23일 사흘 연휴 기간 동안 감염 확산 지역 왕래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의 감염 상황에 근거해 현(縣·광역지자체)을 넘나드는 이동에 대해 일률적으로 자숙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염 방지책을 준수하는 여행으로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고투 트래블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집권 자민당의 시모무라 하쿠분 정조회장(정책위의장)도 고투 트래블에 대해 “관광, 음식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침체에 시달리는 관광업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봉쇄 강화책만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일 정부가 국민들의 외식비 일부를 보조하는 ‘고투 이트(Go to eat)’ 정책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최대의 경계상황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음식을 먹을 때에도 대화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조용한 마스크 회식을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봉쇄 강화와는 거리가 있는 어정쩡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