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9년 연속 파업을 결정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도미노 파업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달 들어 노조의 파업 수위가 높아진 한국지엠(GM)은 한국시장 철수설까지 나와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19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부분 파업을 결정했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에 따르면 부분파업은 오는 24~27일 나흘간 2개조가 하루 각 4시간씩 단축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11년 이후 9년 연속 파업을 하게 된 것이다.
노조 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영 성과를 냈지만 사측이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정년연장 등을 요구해왔다. 기아차 측은 기본급 동결, 무파업 시 성과급 150%, 특별 격려금 120만원 등 올해 현대자동차 노사의 합의안과 동일한 수준의 안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기아차 측은 미래차 시대 전환을 위해 노사 협력이 절실한 가운데 나온 파업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재확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데 부분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사회적 우려,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고 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 협력사 사장과 직원 등 100여명은 이날 부평공장 앞에서 2시간 동안 노사의 임단협 타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살고 싶다” “생산 차질 안 된다”고 외치며 호소문을 배포했다.
한국GM 협력체 모임인 협신회는 “직원들의 급여를 제때 주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2·3차 협력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들은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전날 로이터통신을 통해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국GM 노조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한국GM 노조가 생산 물량을 인질삼아 심각한 재정 타격을 줘 추가 투자가 어렵다”며 “GM은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연간 5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잔업 및 특근 거부,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파업이 지속되면 총 2만2300대의 생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년간 적자를 기록한 한국GM의 올해 흑자전환 목표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