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의 불똥이 야당 내부로 튀고 있다. 대구·경북(TK)와 부산·경남(PK) 지역 간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야당은 이번 결정과 맞물린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부산 민심을 감안하면,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야권에선 “여당의 갈라치기 전략에 더 말려들어선 안 된다”는 우려도 높아졌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준비 중인 이진복 전 의원은 19일 권영진 대구시장을 향해 “제발 그 입 좀 다무시오”라며 “지역 편 가르기를 하고 있고, 지역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참에 ‘TK공화국’이라도 만들겠다는 생각이냐”며 “광분할 때가 아니다. 자중 좀 하라”고 했다. 김해신공항 사업 무산에 강력 반발한 권 시장을 향한 불만 표출이다.
앞서 권 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공동성명을 내고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관해 “오로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영남권을 또 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적전분열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내에서 나는 특별히 이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직도 (신공항이) 어디로 간다고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번 결정은) 나라를 온통 분열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가, 아니면 문 대통령은 국정에 손 놓고 있는 건가”라고 화살을 청와대로 돌렸다. 이어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대해선 “국책사업이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변경되는 것에 대해서 분명한 감사나 검증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가덕도 공항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그 이후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은 2022년 대선까지 겨냥해 여권이 고도로 계산한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전략은 대구·경북을 고립시키고, 부산·울산·경남을 내 편으로 만들어서 내년 보궐선거를 이기고, 내후년 대선판까지 흔들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TK와 PK 간 감정의 골이 충분히 깊어지고 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동래파전 뒤집듯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정부는 행정 낭비를 반복하지 말고 최대한 신속하게 신공항 착공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선 “사필귀정”이라며 “야당이 검증 결과를 폄훼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시 지역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