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남자 국가대표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앞둔 K리그 구단들이 고심하고 있다. 가장 많은 선수가 차출됐던 울산 현대는 카타르로 선수들을 불러들였지만 전북 현대와 FC 서울은 소집됐던 선수들을 귀국시켜 전력 손실이 크다. 유일하게 소집 선수가 없었던 수원 삼성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울산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팀에 소집됐던 주장 김태환을 비롯해 원두재, 정승현은 18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에 입국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거친 뒤 호텔에서 격리된 채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시간으로 19일 저녁 검사 결과가 나오면 팀 합류 여부나 시기, 방법 등을 본격적으로 따져볼 계획이다.
울산은 이번 대회가 올 시즌 마지막 우승기회라 여유가 적은 데다 K리그 팀 중 최다인원이 대표팀에 소집됐기에 전력에서 이들을 완전 제외할 경우 타격이 가장 컸다. 울산 관계자는 “카타르 입국과 동시에 현지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면서 “AFC 방침이나 현지 상황에 따라서 자세한 사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은 올 시즌 리그 최우수선수(MVP) 손준호를 비롯, 왼쪽 수비수 이주용을 모두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주용은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손준호는 전주 자택에 돌아갈 예정이다. 전북 관계자는 “잠복기 뒤 양성 판정을 받은 황희찬의 사례처럼 당장 음성 판정을 받은 선수 중에서도 보균자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해 구단 대표와 단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봤기 때문에 선수단 전체 안전을 위해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중원의 핵심 손준호의 공백은 전북에 큰 전력 손실이다. 신형민이 대신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올 시즌 전체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는 못했다. 김진수가 시즌 도중 이적한 뒤 이주용이 메워온 왼쪽 풀백 자리는 포지션에 대체자 자체가 마땅치 않다. 카타르 현지에 박원재 플레잉코치가 따라갔기 때문에 이 자리에 뛸 수 있지만 올 시즌 한 경기도 출장한 적이 없다.
FC 서울은 미드필더 주세종과 풀백 윤종규를 국내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황희찬의 사례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음성일 확률이 높긴 하지만 혹시라도 타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오면 대처가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은 베테랑 주세종의 공백은 물론 윤종규도 올 시즌 막판 포백의 일원으로 출장하면서 가파른 상승세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다만 고요한 등 멀티자원들이 다른 팀에 비해 잘 갖춰진 편인 점은 위안거리다.
ACL 진출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대표팀 소집 선수가 없었던 수원은 전화위복을 맞은 셈이 됐다. 말레이시아 팀 조호루가 대회 참가를 포기하면서 다른 팀에 비해 일정에 여유도 생겼다. 다만 지도자 연수로 빠진 주장 염기훈을 비롯, 공수 전력 핵심인 타가트와 헨리가 모두 부상으로 카타르로 오지 못해 불안 요소가 있다. 염기훈 대신 주장을 맡은 김민우는 “큰 대회에 나서는 어린 선수들이 장점을 살리고 제 기량을 발휘하도록 돕고 싶다”면서 “젊은 선수들이 조직에 잘 녹아들고 하나가 된다면 우리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서울과 울산은 21일 각각 베이징 궈안과 상하이 선화를 상대로 조별예선 경기를 먼저 치른다. 다음날에는 수원이 광저우 헝다를, 전북이 상하이 상강을 상대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