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값이 한국감정원 통계 작성 이후 8년 반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중저가 주택 구매에 나서는 수요가 늘었고, 전국의 집값을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비규제지역인 경기도 김포는 최근 3주간 아파트값이 4% 넘게 뛰는 등 정부 규제책의 ‘풍선효과’가 극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역을 규제하기 위한 조정대상지역 지정 절차에 들어갔다.
전국 아파트값 2012년 5월 이후 최대 상승 폭
한국감정원은 19일 11월 셋째 주(16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이 0.25%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상승 폭(0.21%)보다 더 커졌다. 이번 주 상승률은 감정원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 품귀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었고, 이로 인해 전세 수요 일부가 중저가 주택 매수로 돌아선 것이 전국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일례로 서울의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2% 올라 3주 연속 횡보했지만, 종로구(0.04%)는 숭인·창신동 등 중저가 단지 위주로, 중구(0.04%)는 황학·신당동 등 구축과 중소형 위조로, 중랑구(0.03%)는 면목·신내동 등 저가 단지 위주로 각각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서울에서 빠져나간 수요가 몰리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주 0.18% 올라 지난주(0.1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경기도가 지난주 0.23% 상승에서 이번 주 0.28% 상승으로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6·17 부동산 대책에서 비규제지역으로 남았던 김포시는 이번 주 아파트값이 2.73% 급등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포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3주 연속으로 1.94%, 1.91%, 2.73%씩 올랐다. 이달에만 총 6.58% 상승하며 풍선효과로 인한 과열을 그대로 보여줬다.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의 아파트값도 지난주 0.39% 오른 데 이어 이번 주 0.48% 상승하며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부산은 이번 주 0.72% 올라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상승을 기록했다.
부산은 작년 11월 모든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이후 수도권보다 대출 청약, 세제 등에서 느슨한 규제를 적용 등을 이유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해운대구(1.09%→1.39%)를 비롯해 수영구(1.13%→1.34%), 남구(0.81%→1.19%), 동래구(0.79%→1.13%), 연제구(0.88%→0.89%), 부산진구(0.81%→0.86%) 등 대부분 지역에서 과열세가 나타났다. 부산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달 이후 이번 주까지 7주 동안 0.12%→0.18%→0.23%→0.30%→0.37%→0.56%→0.72%로 매주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추가 규제책을 암시했다. 정부는 이날 김포를 비롯해 부산시 해운대와 수영, 동래, 연제, 남구, 대구시 수성구 등 과열세가 나타나고 있는 비규제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기 위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전셋값도 역대 최고 상승률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연일 상승세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30% 상승하며 전주(0.27%)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전셋값 상승률 역시 감정원이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직전까지 최고치는 2013년 10월14일에 집계된 0.29%였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0.15% 올라 전주(0.14%)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감정원은 “거주요건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며 “교육여건 및 교통여건 양호한 지역과 상대적 저가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매물 부족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서초·송파구(0.23%), 강동구(0.22%)뿐 아니라 마포구(0.21%), 동작구(0.20%)에서도 0.2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구(0.19%), 관악구(0.17%), 용산구(0.15%), 성동·성북구(0.14%) 등도 뒤를 이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는 이번 주 0.27% 오리며 전주(0.23%) 대비 상승 폭을 확대했다. 김포시(0.92%), 고양 일산동구(0.46%), 덕양구(0.45%), 광명·의정부시(0.40%) 등에서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졌다. 인천은 0.52% 올라 전주(0.61%)보다는 상승 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연수구(1.65%)의 상승률은 3주 연속 1%대를 보였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아파트 전셋값은 0.33% 올라 전주(0.29%)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울산(0.57%)은 북구(0.64%), 중구(0.63%), 동구(0.61%) 등 전역에서 강세가 이어졌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