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백신 확보 안 서둘러… 방역 잘 해 여유” WSJ

입력 2020-11-19 14:34 수정 2020-11-19 15:16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예방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효과를 보이며 각국에서 확보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사뭇 다른’ 접근법에 주목하며 “한국은 백신을 기다릴 여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WSJ은 19일(현지시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브리핑을 소개하며 한국이 합리적인 백신 가격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급하게 백신을 구매하기보다는 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추려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성공적인 방역 정책을 통해 코로나19 위기에 대처 중인 한국은 비교적 빠르게 개발된 백신의 효과가 생각보다 떨어지거나 장기적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신 관련 질의에 “조급해 굴지 않으면서 가능한 가격을 합리적인 선으로 받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바게닝(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그쪽(백신회사)에서 계약을 맺자고 재촉하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가 불리하지 않은 여건에 있다”고 대답했다.

WSJ는 한국이 이처럼 차분한 태도를 견지할 여유가 있는 이유를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서 찾았다. 세계적인 롤 모델로 평가되는 K-방역이 백신 가격 협상과 성능 평가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데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현재 개발 중에 있는 십수 종의 백신 중 어떤 것이 가장 뛰어난 것인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현재 백신 임상 최종 결과가 나온 화이자와 모더나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 등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WSJ은 “미국과 EU, 일본은 내년 초반 백신 접종을 희망하지만 한국은 내년 하반기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백신 공급에 대한 접근법은 미국이나 EU보다 훨씬 신중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EU, 일본 등은 이미 백신 제조사들과 대규모 구매 계약을 선체결 해놓은 상태다. 특히 일본은 다음 해 봄까지 전 국민에 백신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3개 회사에서 2억9000만회분을 구매하기로 했다. 일본 전체 인구 1억2600만명을 접종하고도 남는 수량이다.

WSJ은 “전날 한국에선 313명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됐다”면서도 “일찍이 도입한 대규모 검사와 철저한 감염 경로 추적 정책으로 의료붕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