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김 제1부부장을 내보냄으로써 협상 동력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은 19일 통일연구원의 ‘미 대선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관련 한·미 전문가 화상세미나’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의미 있는 비핵화 실무협상을 원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제1부부장을 협상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미국에 “우리도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제1부부장이 비핵화 실무협상 북측 대표로 나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제1부부장이 내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지위가 격상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른바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의 위상에 걸맞는 노동당 내 직책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오빠 김 위원장이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구체적인 대미전략을 천명하면 김 제1부부장은 본격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은 올 하반기 들어 공개활동 횟수를 대폭 줄였는데,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함께 비핵화 협상 전략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제1부부장이 지난달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75주년 열병식 다음날 열린 대집단 체조와 예술공연을 참관하지 않은 사실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김 제1부부장은 최 제1부상과 함께 지난해 3월 외무성에 신설한 ‘대미협상국’을 진두지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 역시 김 제1부부장이 외교·안보분야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한국 정부가 (북·미 사이) 가교역할을 한다면 비무장지대에서(DMZ) 비핵화 협상이 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벌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우리 정부가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