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16개월 영아 위탁모의 울분 “양부모 똑같이 당해야”

입력 2020-11-19 10:30 수정 2020-11-19 11:06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양모 B씨와 숨진 A양의 생전 모습.

올해 초 입양됐다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A양의 위탁모였던 신모(62)씨는 “정말 밝고 건강한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A양을 생후 8일째 되는 날부터 7개월 동안 길렀고 지난 1월 입양보냈다.

신씨는 19일 머니투테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 입양보낼 때까지 양부모와 총 다섯 번 만났다”며 “결혼 전부터 입양을 약속했었다는 마음이 예뻐보였고 조건도 좋았기 때문에 아주 좋은 곳으로 잘 갔다고 생각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신씨의 집에는 A양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A양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신씨는 “이렇게 작고 예쁜 아이가 때릴 곳이 어디 있어서 온몸에 피멍이 들게 한 건지 치가 떨린다”며 “만나게 된다면 똑같이 해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A양이 입양되기 전의 모습(위), 입양된 후의 모습. 사진=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EBS 방송화면

신씨는 “아기의 가장 최근 사진을 보는데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며 “그 아이는 또래보다 체격이 크고 식성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유식 100g을 다 먹고 바나나와 간식은 물론 우유도 여섯 번이나 먹을 정도로 식성이 좋은 아이였다”며 “두 볼이 통통하던 아이가 광대뼈가 보일 정도로 핼쑥해졌고, 입에 염증이 생겼더라도 치료하면 금방 나았을 텐데 변명도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는 숨진 A양이 또래보다 유독 건강했다며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보채거나 잘 울지도 않았고 밝고 건강했다”며 “같은 개월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체격이 크고 뭐든 빨라 7개월 때부터 뭐든 붙잡고 혼자 서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신씨는 “숨진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하다”며 “아이가 좋은 곳으로 잘 갈 수 있고 양부모가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입양을 보내면서 ‘두 번은 입어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옷을 사 보냈는데 입어는 봤을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A양은 지난달 13일 복부와 뇌에 큰 상처를 입고 병원에 실려왔지만 끝내 숨졌다.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양의 양부모는 지난 1월 생후 6개월인 A양을 입양하고 습관적 학대와 방임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의 양모는 친딸을 데리고 외식을 나가면서 A양은 지하주차장에 혼자 울게 두는 등 수차례 방임했고, 유모차를 벽에 세게 밀거나 손으로 아이의 목을 잡아 올리는 등 학대했다. A양 관련 아동학대 신고가 지난 5월부터 세 차례 이어졌지만 적절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양천경찰서는 지난 11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양모를 구속했다. 양부는 방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수사받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