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령 대통령에 최고령 하원의장… 80세 펠로시, 후보 재지명

입력 2020-11-19 07:48 수정 2020-11-19 13:44
미국 민주당, 차기 하원의장 후보에 펠로시 재지명
민주당 하원 장악해 내년 1월 펠로시 공식 선출될 듯
바이든 78세 최고령 대통령…펠로시도 고령 ‘부담’
새로운 리더십 요구 있었으나 펠로시, 당 장악력 보여줘

미국 민주당의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재지명된 낸시 펠로시 현 하원의장. AP뉴시스

미국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년 더 미국 하원의장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펠로시 현 의장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하원 총회에서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재지명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내년 1월 하원이 정식 개원한 뒤 전체 하원의원의 투표로 차기 하원의장이 공식 선출된다. 그러나 지난 3일 대선과 동시에 실시됐던 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간신히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기 때문에 펠로시 의장은 하원의장에 다시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펠로시 의장은 1987년 첫 선거에서 승리한 뒤 2년 임기의 미국 하원의원을 18선(選)한 ‘노정객’이다. 내년 1월 하원의장으로 공식 선출될 경우 펠로시 의장으로선 이번이 네 번째 하원의장 임기가 된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이라는 타이틀도 이미 갖고 있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이 1940년 3월 26일 생으로 올해 80세 고령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을 거쳐 대통령 자리에 오를 경우 78세가 돼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펠로시 의장도 역대 최고령 하원의장이다.

민주당 소속의 미국 대통령과 미국 하원의장 모두 역대 최고령인 것은 장점보다 단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날 하원의원 총회 성격의 코커스를 마친 뒤 펠로시 의장을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재지명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우리의 용감한 지도자 펠로시 의장이 118대 의회를 이끌 하원의장 후보에 지명된 것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발표 이후 “우리의 다음 주제는 정의에 관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그것은 우리 경제에서의 정의에 관한 것이 돼야 한다”면서 “그것은 또 우리 사법제도에서의 정의에 관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환경에서의 정의, 보건에서의 정의”도 역설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은 “나는 조 바이든과 함께 일하는 것과 미래를 향해 우리의 권력이양을 준비하는 것을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력과 권력이양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미국 하원의원은 모두 435석이다. AP통신이 이번 선거에서 승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11개 선거구를 제외하고 집계한 결과, 민주당은 이미 220석을 차지했다. 하원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선 218석이 필요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턱걸이로 다수당 자리를 지킨 것이다. 현재 공화당은 210석을 얻은 상태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변 없이 펠로시 의장이 차기 하원의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원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힘겨운 승리를 거둔 것은 펠로시 의장에게 부담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펠로시 의장은 하원의장 자리를 지키면서 장악력을 보여줬다고 WP는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를 지역구로 두며 정치경력을 쌓았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미와 정치적 지략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을 불사해 여성 전사 이미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펠로시 의장에 ‘미친(crazy) 펠로시’라는 막말을 종종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던 2007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4년 동안 하원의장을 지냈다. 이 때 펠로시 의장은 여성 최초 하원의장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19년 1월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한 뒤 다시 하원의장 자리에 올랐다.

펠로시 의장은 2018년에 이미 2022년엔 하원의장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WP는 펠로시 의장이 이날 자신의 과거 발언을 뒤엎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번 하원의장 임기가 펠로시 의장에겐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