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대입을 치를 때는 수시와 정시 구분이 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대학 입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된 상태에서 교육부 수장이 수시와 정시로 이원화된 현행 대입 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 부총리의 발언은 18일 오후 충북 청주의 세종시티 오송호텔에서 열린 ‘미래교육 10대 정책과제’ 학부모 간담회에서 나왔다. 유 부총리는 “적어도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지금과 같은 정시다 수시다 이런 대입 방식이 아니라 고교학점제에 맞는 평가방식과 맞춤형 학습을 반영하는 대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가 ‘정시와 수시가 없어야 (고교학점제로 취득한) 학점 위주로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언급하자 맞장구를 친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에서도 대학처럼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골라 듣고 일정 수준의 학점을 쌓으면 졸업장을 주는 제도다. 정부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고교생이 되는 2025년 3월부터 이 제도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따라서 2025년 고1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에 고교학점제용 대입 제도가 처음 시행된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고교 내신 성적 산출 방식이 절대평가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또 수능 위주 정시모집의 비중이 높을 경우 고교학점제가 안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학점제와 가장 궁합이 맞는 대입 제도가 학생부종합전형이란 평가도 있다. 어쨌든 고교 교육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어서 대입 제도 역시 상당히 뜯어 고쳐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 부총리의 이날 언급은 수시와 정시 통합을 포함해 대입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교육부는 유 부총리의 언급에 대해 “서술·논술형을 포함한 미래형 수능체제 도입, 고교학점제를 반영한 새 국가교육과정의 시행에 따른 학생평가 체제 개선 등 다양한 고려 요인을 종합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책연구와 정책사례를 분석하고 학생 학부모 시도교육청 학교 대학 등 대입정책 당사자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2024년 2월까지 준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