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선거인단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 단위 선거에서 이긴 후보가 아니라 미국 전체에서 더 많이 득표한 후보에 선거인단을 몰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 NBC방송에 따르면 콜로라도주는 지난 3일(현지시간) 주민투표로 선거법 개정안 113호를 가결하고 전국일반선거협정(NPVIC)에 15번째 주로 가입했다. 2006년 주 상원에서 처음 제안이 나오고 14년 만이다.
NPVIC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선거인단제 개편안으로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뉴욕주 등 15개 주와 워싱턴DC가 가입해 있다. 이들 주의 선거인단 총합은 196명에 달한다.
이 협정의 핵심은 현행 선거인단제의 폐지가 아니다. 제도 자체는 유지하되 선거인단을 주 선거에서 이긴 후보에게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이긴 후보에게 몰아주는 것이 핵심이다. 특정 주에서 한 후보에게 몰표가 나와도 미국 전체 득표에서 반대 결과가 나오면 전체 득표에서 승리한 후보가 주 선거인단을 전부 가져가게 된다.
다만 이 NPVIC는 참여를 약속한 주의 선거인단 총합이 270명이 되기 전에는 효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재 확보한 15개 주와 워싱턴DC의 선거인단 총합인 196명에서 74명을 더 확보하기 전까지는 현행 선거인단제도가 유지된다.
미 대선은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승리하는 방식이므로 만약 이 협약에 선거인단 270명 이상이 좌우된다면 현행 선거인단제도는 사실상 무력화 된다. 협정에 가입한 주의 선거인단만으로도 승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NPVIC의 최대 장점은 유권자의 의지를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현행 승자독식 선거인단제 구조하에서는 전국 단위로 더 많은 표를 얻어도 개별 주 투표에서 밀려 패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6585만3625표를 획득해 287여만표(2.1% 포인트)를 앞섰지만 선거인단은 236명밖에 확보하지 못해 306명을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패했다. 만약 4년 전 NPVIC가 효력을 발휘했더라면 대선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클린턴 후보로 결정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NPVIC가 시행되면 일부 경합주에 과도하게 쏠리는 후보들의 관심을 전국에 고르게 분산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재 미 대선은 주로 민주당과 공화당 양 후보가 자신의 ‘텃밭’은 승리 지역으로 가정하고 북동부 ‘러스트벨트’나 남부 ‘선벨트’ 등 경합주가 몰려있는 지역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모두에서 미 언론은 이들 경합주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대선 결과의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선거제 홍보운동본부의 실비아 베른스타인은 “사람들이 일반선거를 원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면서 “다른 모든 국가에서처럼 표를 더 많이 얻은 후보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반선거가 도입되면 후보들이 인구가 많은 대도시 지역에만 관심을 둘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체 표 대결에서 이기면 협정에 가입한 주 전체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되니 인구가 적은 지역은 결국 소외될 것이란 지적이다.
단일 국가가 아닌 연방국이라는 미국의 정체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돈 윌슨 콜로라도주 모뉴먼트시장은 “일반선거가 시행되면 각 주가 독립적인 목소리를 갖지 못하게 된다”면서 “주의 주권과 국민의 뜻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현행 선거인단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