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개인 물량 절반은 ‘N분의 1’…‘1억에 2주’ 사라질까

입력 2020-11-18 17:29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 일반 공모주 청약을 시작한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최현규 기자

직장인 이모(28)씨는 지난달 초 빅히트 청약 당시 취업 후 모은 돈에다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까지 해 증거금으로 1억원 가까이 넣었다. 청약 결과 이씨는 2주를 배정받았고, 상장 첫날 매도해 약 30만원을 벌었다. 이씨는 “개인은 몇 주 못 받는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도 체감해보니 허탈했다”고 말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공모주 열풍’이 거셌던 가운데, 개인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공모주 청약 제도가 다음 달부터 개선된다. 18일 금융위원회는 일반(개인) 청약자의 공모주 배정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일반 청약 배정 비율을 최대 30%까지 올리고, 개인의 물량 중 절반 이상에 대해 최소 증거금만 내면 동등한 배정 기회를 갖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먼저 일반 청약 배정 물량이 현행 20%에서 25~30%로 늘어난다. 하이일드펀드(고수익·고위험 펀드) 물량이 10%에서 5%로 줄고, 우리사주조합에서 미달 물량이 발생하면 최대 5%까지 개인에게 돌아가는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우리사주조합에선 청약 미달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기존에는 미달 물량이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됐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약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는 구조가 개선된다. 앞으로 일반 청약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에는 ‘균등 방식’이 적용된다. 최소 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모든 청약자에게 동일한 기회가 부여되는 것이다. 나머지 물량에는 현행 ‘비례 방식(증거금 액수에 따라 공모주 배정)’이 유지된다.

구체적으로는 균등 방식이 적용된 물량을 최소 증거금을 납입한 청약자 수로 나눠 우선 지급하는 이른바 ‘N분의 1’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공모주 100만주에 청약자 10만명이 몰렸다면, 균등 방식 물량 50만주를 청약자 수로 나눠 5주씩 주는 식이다. 증권사 재량에 따라 추첨제와 병행해 진행될 수도 있다.

금융위는 이달 말 이러한 내용으로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인수 업무 등의 관한 규정’을 개정한다. 12월 증권신고서 제출 건부터 우리사주조합 관련 최대 5% 배정과 균등 배정 방식이, 하이일드펀드 물량 감축은 내년 1월 증권신고서 제출 건부터 적용된다.

‘큰손’ 투자자들이 주관사 여러 곳에서 중복 청약을 하는 것도 제한된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에 증권사 등과 함께 관련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청약 시 투자자 보호도 강화된다. 증권사는 청약 배정 물량과 방식을 정할 때 준법감시인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청약 광고에는 ‘IPO 공모주식은 상장 초기 가격 변동성이 크며, 상장 후 공모가격을 하회해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등의 문구가 포함돼야 한다. 앞서 일부 공모주에선 청약에 실패한 개인들이 상장 직후 폭등한 가격에 추격 매수했다가, 이후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