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안 발표 이후 ‘재벌 총수 특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이 아닌 모회사인 한진칼에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정부가 대한항공에 부실기업을 떠넘기는 대가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에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특혜 논란의 핵심은 산은이 인수합병 지원금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직접 투입하지 않고 경영권 분쟁이 있는 모회사 한진칼을 통해 지원한다는 데 있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통합안에 따르면 산은이 연내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면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2조5000억원 규모)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이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간접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산은은 발표 당시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해야 혈세 조달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산은만 참여할 시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이 희석돼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한다’는 규정을 어기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율 문제를 피하면서도 산은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산은이 교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만을 사용해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도 의무지분율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진칼의 주주 구성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에 자금을 주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부담이 있던 산업은행과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안대로라면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 안팎을 확보하게 되는데,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약속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혜 논란을 의식한 산은은 ‘한진 일가가 경영 윤리를 지키지 않으면 경영진 교체까지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연합은 “조 회장이 산은에 넘긴 지분 중 84.32%는 이미 타 금융 기관과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돼 있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날 법원에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날 조 회장은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혜 논란에 대해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산은에서 먼저 의향을 물어봐 할 수 있다고만 답했다”고 했다. 향후 인력 구조조정, 운임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