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자리의 83%를 맡고 있는 중소기업의 올해 신입사원 채용규모가 대체로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부진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계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제 계도기간 종료 등 경영 환경에 부담을 주는 법안까지 겹쳐 내년 채용 규모가 더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인크루트에 따르면 최근 536곳의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조사한 결과 74.8%가 한 자릿수의 채용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특히 중견, 중소기업은 세자릿수 채용이 전무했고 중견기업은 42.1%가, 중소기업은 89.2%가 한 자릿수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 8월 하반기 채용동향조사를 진행했을 때는 64.1%의 기업이 한 자릿수 채용 계획을 밝혔으나 실제로는 그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은 74.8%가 한 자릿수를 채용해 규모가 축소됐다.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상당수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재단법인 경청이 연 매출 1억원 이상의 전국 10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이후 매출 감소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77.0%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매출 규모는 평균 39.2% 감소했다고 한다. 지난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소기업 5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중소기업의 34.0%가 “현재와 같은 위기가 이어지면 1년 이상 기업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주52시간제 계도기간 종료 등이 이어지며 중소기업계에선 “기업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내년 채용 규모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8, 2019년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기록한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까지 겹친 상황에서 경영에 부담이 되는 법안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상황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계는 안전관리와 산재 예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사업주의 처벌만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노동리스크가 높아져 고용기피가 심화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 추가적인 인력 채용이 필요한 주52시간제의 계도기간이 올해로 종료되는 데 따른 부담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서 주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한 중소기업(39.0%)의 52.3%가 ‘추가채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경영 상황이 좋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추가적인 인력 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중소기업의 매출이 바닥인 상황인데 노동리스크, 조세 관련 리스크 등 투자를 망설이게 되는 환경들까지 조성되고 있다”며 “고용유지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기업들이 올해보다 채용 규모를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환경이 어려운 만큼 규제적 법안들을 추진하는 데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소한의 고용유지를 위해서라도 고용유지지원금 90% 특례 지원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는 등 고용유지를 정부의 위한 지원도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