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해상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격추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이 요격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면 북한의 ICBM 공격 위협에 대한 대응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17일(현지시간) 미 미사일방어청(MDA)이 해군 함정에서 쏘아 올린 요격 미사일 ‘SM-3블록2A’로 모의 ICBM을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발표에 따르면 미 해군은 이날 오전 0시 50분 남태평양 마셜군도에 있는 탄도미사일 시험장에서 모의 ICBM을 하와이 북동쪽 해역을 향해 발사했다. ICBM이 하와이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격추시키는 게 이번 시험의 목표였다. 인근 해역에 대기하고 있던 존 핀 구축함(DDG-113)은 ICBM의 궤적 자료를 입수한 뒤 SM-3블록2A를 발사해 이 ICBM을 대기권 밖 우주 공간에서 격추했다.
이번 시험은 해상 발사 요격 미사일로 ICBM을 격추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ICBM 요격 시험은 지상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요격 미사일을 해상에서 발사할 수 있게 된 만큼 갑작스러운 미사일 공격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존 힐 미사일방어청장은 “이번 시험 결과는 믿을 수 없는 성취이자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해상 기반 요격 시스템은 예상치 못한 미사일 위협에 대항하는 대비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도 미국의 신형 요격 미사일이 북한 등으로부터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책을 한층 강화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이 요격 미사일을 내년 이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1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SM-3블록2A는 12년에 걸쳐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해 완성한 것”이라며 내년 이후 일본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이 ICBM 요격 체계 가동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이날 공개한 ‘2021 미국 군사력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의 ICBM이 정상궤도로 비행한다고 가정할 때 대기권 재진입체가 충분히 정상 작동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헤리티지재단은 또 북한의 전반적인 위협에 대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높음’(High) 단계로 판단했다. 이는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Severe) 단계보다 하나 아래다.
이번 보고서를 총괄한 다코타 우드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올 3월에만 9차례의 미사일 실험을 했고,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며, 미국 본토 전체를 공격 사정권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 연구위원도 최근 발표한 ‘북한 국방과학기술 정책의 변화 양상’ 보고서에서 “북한이 2016년 중반부터 탄도미사일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시설을 평양 근처 신리에 새로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요 건물이 2020년 초반에 이르러 완공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북한이 개발했거나 향후 개발할 다양한 신형 무기가 현대화된 생산 공정을 통해 양산돼 전력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김지훈 김영선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