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광’으로 유명한 엔씨소프트 대표인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가 지난 17일 NC와 두산베어스의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 관람석에 깜짝 모습을 드러냈다. NC가 창단 9년 만에 통합 우승을 바라보게 된 배경에 김 구단주의 팀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NC 측에 따르면, 김 구단주는 한국시리즈 전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그는 시즌 중에도 NC가 서울에 올라오는 일이 있으면 자주 현장에 방문했다. 1년에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에는 항상 홈구장인 창원 NC 공원으로 달려가 함께하기로 유명하다.
NC다이노스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던 날, 김 구단주는 창원 NC 공원 운동장으로 나와 “창단 때부터 꿨던 꿈 하나를 이뤘습니다. 이제 다음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라고 팬들을 향해 말했다. 이때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김 구단주에게 헹가래를 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후 김 구단주는 다음 꿈이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말하듯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 구단주는 어렸을 때 만화를 보면서 야구에 대한 꿈을 키웠고, 중학교 때는 빠른 볼을 던지기 위해서 팔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닐 정도로 뛰어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이런 열정이 원동력이 돼 NC를 탄생시켰다. 야구 구단을 만드는 데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는 “내 재산만으로 100년간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면서 지난 2011년 창단 기자회견에서는 “나한테 야구는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라며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고 야구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제대로 된 야구 구단에 대한 김 구단주의 열정은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낙하산 인사가 아닌 공개채용을 통해 야구단을 구성했고, 야구인 출신들을 중용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초대 감독으로 김경문 야구국가대표 감독을 데리고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김 구단주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양의지가 NC로 올 수 있었던 이유도 선수단과의 회식 자리에서 한 선수의 “양의지 사주세요”라는 말을 가볍게 듣지 않아서다.
또한, 데이터 팀을 신설해 더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며 현장을 서포트했다. 나성범의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안타를 치려고 한 전략, 1차전에서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변형되는 NC의 수비 시프트에는 9년 동안 한 사람의 집념이 함께하고 있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