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를 한국시리즈로 이끈 김택진 구단주의 각별한 야구사랑

입력 2020-11-19 06:30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NC 선수들이 5-3 승리를 거두자 김택진 NC 구단주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광’으로 유명한 엔씨소프트 대표인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가 지난 17일 NC와 두산베어스의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 관람석에 깜짝 모습을 드러냈다. NC가 창단 9년 만에 통합 우승을 바라보게 된 배경에 김 구단주의 팀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NC 측에 따르면, 김 구단주는 한국시리즈 전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그는 시즌 중에도 NC가 서울에 올라오는 일이 있으면 자주 현장에 방문했다. 1년에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에는 항상 홈구장인 창원 NC 공원으로 달려가 함께하기로 유명하다.

NC다이노스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던 날, 김 구단주는 창원 NC 공원 운동장으로 나와 “창단 때부터 꿨던 꿈 하나를 이뤘습니다. 이제 다음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라고 팬들을 향해 말했다. 이때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김 구단주에게 헹가래를 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후 김 구단주는 다음 꿈이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말하듯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24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창단 10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리그 첫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 구단주는 어렸을 때 만화를 보면서 야구에 대한 꿈을 키웠고, 중학교 때는 빠른 볼을 던지기 위해서 팔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닐 정도로 뛰어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이런 열정이 원동력이 돼 NC를 탄생시켰다. 야구 구단을 만드는 데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는 “내 재산만으로 100년간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면서 지난 2011년 창단 기자회견에서는 “나한테 야구는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라며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고 야구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제대로 된 야구 구단에 대한 김 구단주의 열정은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낙하산 인사가 아닌 공개채용을 통해 야구단을 구성했고, 야구인 출신들을 중용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초대 감독으로 김경문 야구국가대표 감독을 데리고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김 구단주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양의지가 NC로 올 수 있었던 이유도 선수단과의 회식 자리에서 한 선수의 “양의지 사주세요”라는 말을 가볍게 듣지 않아서다.

또한, 데이터 팀을 신설해 더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며 현장을 서포트했다. 나성범의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안타를 치려고 한 전략, 1차전에서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변형되는 NC의 수비 시프트에는 9년 동안 한 사람의 집념이 함께하고 있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