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의붓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여성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다른 사람이 (이런 행위를) 했다면 신고했을 것”이라는 궤변을 내놓았다. 아이를 더 작은 가방에 옮겨 가둘 당시 특정 부위가 터진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18일 오후 2시30분 대전고법 형사1부 법정. 재판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살인·상습 아동학대·특수상해죄 혐의로 기소된 성모(41)씨에게 ‘다른 사람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성씨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신고했을 것입니다.” 이에 재판부는 “상식적이지 않은 이런 일을 알게 됐다면 누구나 구출하려고 하지 않겠느냐”며 “그런데도 피고인이 왜 거꾸로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성씨는 지난 6월 1일 정오쯤 충남 천안 자택에서 동거남의 9살 아들을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애초 아이를 가로 50㎝·세로 71.5㎝·폭 29㎝ 여행용 가방에 3시간가량 가뒀다가 다시 더 작은 크기인 가로 44㎝·세로 60㎝·폭 24㎝ 크기 가방에 감금했다. 총 7시간가량 갇혀있던 아이는 끝내 숨졌다.
이날 재판에선 두 번째 가방에 가둘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 어깨 크기가 34㎝였다. 가방 사진을 보니 박음질 된 부분이 일부 터졌던데, 감금 과정에서 파손된 것이냐”고 물었다. 성씨는 이번에도 “언제 터졌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소 당시 검찰에 따르면 성씨의 악행은 단순한 감금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가방 위에 올라가 짓누르거나 내부에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불어 넣었다. 아이의 움직임이 급격히 둔화돼도 적극적으로 구호하려는 조치는 없었다.
앞서 지난 9월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채대원 부장판사)는 “아이에 대한 동정심조차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분노만 느껴진다”며 성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피고인 측도 “살인 의도가 없었고,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항변했다. 두 번째 공판은 다음 달 16일 오후 2시 열린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