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돼 논란이다.
영국 BBC 등은 17일 러시아 하원이 전임 대통령과 가족이 경찰 수색과 심문, 재산 압수 등을 당하지 않고, 반역이나 특수 상황에서의 중대 범죄가 아니고서는 어떤 범죄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러시아 하원의 1차 독회(심의)를 이날 통과했으며 앞으로 하원에서 두 차례 추가 독회와 상원의 승인, 푸틴 대통령 서명 등을 거치면 발효된다.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상·하원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를 적용받는 인물은 연임제한에 걸려 출마하지 못했던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서 대통령이 됐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뿐이다.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퇴임 후를 보장하기 위한 법안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왜 푸틴이 지금 사면법이 필요한가? 독재자들이 스스로 의지로 물러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푸틴 대통령의 퇴임 후를 준비하는 법안 추진이 그의 지병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더선은 지난 5일 모스크바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68세인 푸틴 대통령이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징후를 보이는 영상이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수정 헌법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서 2036년까지 장기집권할 길이 열렸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