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 공군의 F-16 전투기가 야간 훈련 중 추락했다. 지난달 F-5E 전투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18일 대만연합보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공군사령부는 전날 오후 6시5분쯤 동부 화롄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F-16 전투기가 동북쪽으로 약 16㎞ 떨어진 해상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전투기는 야간 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출격한 지 2분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공군사령부는 실종된 조종사 장정즈 상교(대령)를 수색하기 위해 해안경비정 5척과 헬리콥터를 파견했다. 대만에서는 1988년 이후 F-16 전투기 7대가 추락해 이가운데 6번 조종사가 사망했다.
이날 사고 직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공교롭게도 지난달 29일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조종사 추도식에 참석했다. 사고 보고를 받은 차이 총통은 철저한 수색과 구조를 지시했다. 옌더파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공군작전지휘부의 연합공중작전센터로 이동했고 황수광 대만군 참모총장(상장)은 전쟁시 3군을 지휘할 수 있는 타이베이의 헝산 지휘소로 이동해 중국군 동태를 감시했다.
이번 사고는 중국군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수시로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졌다. 중국 군용기는 이달에만 최소 7번 대만 ADIZ 진입했다. 그때마다 대만 공군이 긴급대응에 나서면서 전투기 운용은 물론이고 조종사 체력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대만은 지난 16일 천정치 경제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미국 뉴욕에 보냈다. 오는 20일 열리는 양국간 경제번영 파트너십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선 지난 9월 대만을 방문한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이 나선다.
대만은 이번 대화가 정부 대 정부 관계로 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정부 고위 인사를 대만에 보내고, 첨단무기를 판매하는 등 대만을 사실상 국가처럼 대우하고 있다. 이에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미·중간 군사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