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태풍 ‘솔릭’ 피해를 입은 뒤 시들기 시작해 지난해 말라 죽은 천연기념물 제521호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의 후계목이 발견됐다.
고사(枯死) 이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된 백령도 무궁화를 복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무궁화 연구팀은 백령도 무궁화의 클론과 DNA 지문이 완전히 일치하는 후계목을 찾았다고 18일 밝혔다.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는 1930년 백령도 중화동 교회가 건립될 당시 심어졌다.
2011년 추정 수령이 90년 이상을 넘겼을 뿐 아니라 나무 높이가 6m를 넘는 등 희소성을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521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 무궁화는 2012년 태풍 ‘볼라벤’, 6년 뒤인 2018년 태풍 ‘솔릭’의 피해를 받은 이후 점점 약해지다가 지난해 고사했다.
산림과학원은 지난해 산림청·문화재청과의 합동 현지조사를 실시, 고사한 천연기념물 주변에 자연적으로 자란 무궁화 두 그루의 시료를 확보했다.
이후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지만 이들 무궁화는 모두 연화리 무궁화의 후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후계목은 최근 인천 옹진군 관광문화진흥과에서 의뢰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견됐다.
지난 2010년 산림과학원이 증식해 보존하던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의 클론과 DNA 지문이 완전히 일치했던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무궁화 DNA 염기서열에서 짧고 연속적인 반복서열을 보이는 ‘STR(Short Tandem Repeats) 마커’ 6종을 이용해 전국에서 수집된 무궁화의 유전자 지문과 비교·분석했다.
STR 분석법은 생물체의 세포 내 핵 DNA에 존재하는 1~5개의 염기 단위가 개체별로 고유한 반복 횟수를 나타내는 특징을 이용해 유전적 동질성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의 클론과 전국 무궁화 노령목 19개체의 DNA지문은 모두 달랐지만, 유일하게 옹진군 후계목만이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의 유전자 조합과 100% 일치했다.
이 같은 결과가 우연히 나타날 확률은 0.084%에 불과하다고 산림과학원은 설명했다. 후계목은 천연기념물 고사 이전 꺾꽂이를 통해 증식된 클론으로 추정된다.
이석우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자원개량연구과장은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100여년이나 적응해 살아온 학술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원”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재래종 무궁화 자원을 잘 보존하고 연구해 우리 무궁화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