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N ‘사형중단 결의’에 첫 찬성표

입력 2020-11-18 14:59
사진=국민일보DB

대한민국 정부가 제75차 유엔 총회에서 ‘사형 집행 모라토리움(중단)’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사형제 중단에 찬성하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꼽힌다. 다만 실질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18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 총회 3위원회에서 사형 집행 모라토리움 결의안에 찬성 표결을 했다. 법무부는 “관계 기관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이번 결의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한국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 사형 집행 모라토리움 결의안에 찬성하는 국가가 꾸준히 증가하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유엔은 2007년부터 사형제 폐지를 목표로 하는 이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그간 정부의 공식입장 미확정 등의 이유로 기권해 왔다. 한국이 유보적 입장을 보이던 사이 사형 집행 중단에 찬성하는 국가는 2007년 99개국에서 2018년 126개국으로 늘었다. 반면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국가는 이 기간 52개국에서 36개국으로 줄었다. 법무부는 이번 찬성 표결을 두고 “우리 정부가 절대적 기본권인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번 표결이 한국의 사형제 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 총회에서의 결의는 원칙적으로 권고적 효력일뿐 이번 표결이 정부의 사형제 폐지나 형법체계 변경의 책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법무부는 “사형제 폐지 여부는 국가 형벌권의 근본과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라며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 여론과 법감정, 국내외 상황 등을 종합해 신중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형제의 존폐 여부를 놓고 한국 사회에서는 다양한 견해가 충돌해 왔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사형 집행이 재개돼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제기된다. 반면 법관의 오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 사형제를 없애고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한국은 제도적으로는 사형제를 두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형 집행을 멈춘 상태다.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이 마지막 사례이며, 현재까지 23년 가까이 사형 집행이 없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