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승강기를 오래 잡아둔다’는 이유로 택배기사 부부의 승강기 사용을 금지해 갑질 논란이 일었다.
18일 뉴시스에 따르면 전남 영광군의 모 아파트 입주민들은 물건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승강기를 오래 잡아둔다는 이유로 택배기사 A씨 부부의 승강기 이용을 금지했다.
택배기사 A씨는 한쪽 다리가 불편해 부인과 함께 배송일을 하고 있다. A씨 부부는 물건을 승강기에 한꺼번에 싣고 올라가 꼭대기 층인 17층부터 1층까지 내려오며 각 층과 호수에 배송하는 식으로 일해왔다.
그러나 부인이 승강기를 잡고 있을 때 A씨가 복도를 따라 호수별로 물건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입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입주민들이 “승강기를 너무 오래 잡고 있어 불편하다”고 항의했고, 급기야 동대표를 비롯한 일부 입주민들은 A씨 부부의 승강기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A씨 부부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아파트 승강기 안에 게시하고 항의의 의미로 앞으로 모든 물건을 경비실에 보관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입장문에서 “아파트 몇몇 입주민들이 택배 배송 시 승강기 이용을 금지해달라고 하시고 무거운 짐도 계단을 이용해서 배송하라고 하셨다. 제가 다리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17층부터 뛰어 내려오면서 배송을 하는데도 승강기 이용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다”라고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제가 승강기를 이용하는 이유는 입주민들이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소해 드리기 위해서였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그는 “물건 배송 과정에서 몇몇 입주민들은 강력한 항의와 욕설을 하시며 불만을 표출하셨다. 그래서 ○○아파트 택배 물건은 경비실에 보관하도록 하겠다. 양해 부탁드린다. 죄송하다”고 했다.
A씨는 뉴시스에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지만, 제가 보는 앞에서 함께 일하는 아내에게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내뱉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고 죽고 싶을 만큼 참담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본인들이 승강기 이용을 금지시켜 경비실로 물건을 배송하고 있는데, 갑질의 중심에 있는 한 주민은 물건을 직접 집으로 배송해달라면서도 반드시 14층까지 승강기 대신 계단만 이용하라고 종용하기까지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A씨는 “이번 일로 무거운 물건을 호수별로 배달해 드리지 못하고 경비실에 두고 가게 돼 죄송하다”며 “마주칠 때마다 힘내라고 응원해주시고, 무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음료수를 권하시던 마음 착한 입주민들에게 더욱더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