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자은행 이사장인 부산대병원 박남철 비뇨기과 교수는 방송인 사유리의 출산으로 촉발된 ‘자발적 비혼모’ 이슈에 대해 “올 것이 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급격히 서구화되고 있는 젊은층의 사고에 부응하고 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비혼 여성들이 스스로 선택해 출산의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데 법적으로 또는 의학적으로 도움을 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에게만 비배우자의 인공수정을 허가하고 있다”며 “시술에 앞서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미혼 여성의 인공수정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혼 여성에게 시술할 경우) 산부인과 의사는 처벌될 수 있다”면서 2007년 사유리와 마찬가지로 정자 기증을 통해 출산했던 방송인 허수경의 경우 당시 관련법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미 OECD 국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혼 여성이 비배우자 인공수정으로 출산이 가능하다”며 “이런 선진국에서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허용하는 이유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선택은 개개인이 결정할 문제지 국가나 사회가 일방적으로 강요할 부분은 아니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30여년 전부터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허용해온 국가들에서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했던 경우는 없다”며 “통상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통해 아기를 낳으려는 사람들은 임신과 출산의 조건이 잘 갖춰진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 정상적인 부부에서 태어난 아이들보다 건강하고, 부작용도 적다”면서 “가정의 양육 조건이 좋기 때문에 아이들의 사회적 적응도가 더 높다는 보고도 최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정자 기증 방식에 대해서는 “19세에서 50세까지 건강한 남성 중에 자발적인 의사로서 정자 기증을 한다”며 “유전 질환이나 감염 질환이 없는 건강한 정자인 경우에 정자 기증자로 선택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경제적 이득을 위해 정자 기증을 할 수는 없다”면서 “정자 기증을 한 첫날에만 20만원 이내의 경비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증된 정자로 낳을 수 있는 아기를 5명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기증자의 개인정보나 직업 등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며 “키, 곱슬머리인지 직모인지, 안구 색깔, 피부 색, 비만도 정도를 매칭하는 프로그램만 가지고 있다. 성격은 크게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 정도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신청을 한다고 다 정자 기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해 6개월 정도의 숙려기간을 거치고, 이후에도 상당한 기간을 가진다. 마지막에는 윤리위원회에 보고해 비배우자 인공수정이 타당하다고 판정됐을 때 기증된 정자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