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 영토가 확장되면서 불가피한 그늘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까지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포괄적이고 점진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경우의 수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도 따라붙는다. 가장 민감한 품목인 ‘쌀’ 시장 개방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RCEP에 대해서는 긍정정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조업 관련 수출 여건을 개선하면서 민감한 품목인 농산물 개방은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개방 수준이 평균 72.0%인 양자 간 FTA에 비해 RCEP은 58.5%에 불과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RCEP 민관 합동 간담회’에 참석해 “제조업 강국인 우리에게 RCEP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CPTPP는 얘기가 다르다. 가입 후발 주자인만큼 입장료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CPTPP 가입 시) 우리가 내야 비용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입장료 품목으로 쌀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FTA에 민감한 국산 농산물 품목으로는 쌀과 함께 고추·마늘·양파·사과 등이 꼽힌다. CPTPP 가입을 추진할 경우 핵심 협상 대상 품목이 될 공산이 크다. 다만 고추나 마늘과 같은 품목들은 CPTPP 가입국 모두 한국과 이미 FTA를 맺고 있어서 파급력이 미미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쌀은 미국의 관심사라는 점에서 시장 개방 압력의 수준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미국은 2015년에 한국의 CPTPP(당시 TPP) 가입과 관련해 암묵적으로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한 바 있다. 현행 513%인 관세율을 낮추든지 미국에서 수출하는 쌀 물량에 대해 예외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해달라는 식이었다. 당시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TPP에서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해 지속적으로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이 기조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양허를 제외할 명분이 사라졌다.
통상 당국은 일단 미국이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지부터 보자는 입장이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경우의 수가 많다. 미국은 국내 현안이 많아서 CPTPP는 후순위일 것이고 설령 추진해도 협상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