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최근 올해 자산 매각을 통해 보유 현금을 대폭 늘린 배경으로 향후 두세 달 내로 ‘재앙’에 가까운 금융 위기가 올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딜북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여해 “물론 백신이 오고 있지만 누가 알겠느냐.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코로나19 제2차 유행으로 전 세계가 셧다운(봉쇄)되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올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매각했다”며 “앞으로 두세달 안에 어떤 재앙도 일어날 수 있는만큼 최악의 경우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올해 약 4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세계적인 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 회사에 유동성을 주기 위해 800억 달러 규모를 매각했다고도 설명했다.
손 회장은 두세 달 안에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불러온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론하며 한 사건이 어떤 사태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올해 여러 건의 자산 매각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에 팔기로 한 반도체 개발회사 ARM 지분, 약 200억 달러의 T모바일 지분 등이 포함돼 있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현금은 현재 8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손 회장은 이런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매수하거나 자사주를 더 사들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공지능(AI) 기업에 투자할 기회가 생긴다면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지금은 유니콘 기업에 투자하기에 나은 가격일 수 있다. 그들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소프트뱅크 주가가 내려가면 자사주 매입도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손 회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소프트뱅크그룹의 자진 상장 철폐 전망과 관련한 두 차례의 질문에 모두 답변을 피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