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조국이 임명한 윤석열… 민주당의 치명적 버그”

입력 2020-11-18 10:06 수정 2020-11-18 10:52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조국 사태로 진보는 파국을 맞았다”며 진보 좌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금태섭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밀어붙인 결과 윤 총장이 민주당 프로그램에 치명적 버그(오류)가 됐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책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천년의상상)와 관련해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윤석열은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라 검찰 조직에 충실한 사람”이라며 “윤 총장은 사회의 거악을 척결하는 것이 검찰의 의무이고 이쪽이든 저쪽이든 공정하게 칼을 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금태섭 의원이 검찰에 대한 사명감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윤 총장 임명을 반대했는데 조국 전 장관이 적폐청산 때문에 억지로 관철시켰다”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치려면 날카로운 칼이 필요하니 썼는데, 다음에 그 칼이 자신들을 향하니 감당이 안 된 것이다. 그들의 프로그램에선 윤 총장이 버그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구였던 조 전 장관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예전에 진보 진영은 부패나 비리 사건이 나오면 사과나 반성을 한다든지 사과하는 척은 했는데 이번엔 그 기준 자체가 무너졌다”고 언급했다.

“조국을 굉장히 신뢰했었다”는 그는 “사람이 별 반성 없이 살다 보면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친구로서는 용서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이후 행동이다. 그가 진실을 말해야 내가 도와줄 수 있다”고 얘기했다.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으며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렇게 몰고 나가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윤석열은 검사이고, 끝까지 남아 정의의 사표가 되어야 한다. 그가 검찰로서 권력의 압력으로부터 자신들의 수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퇴임하느냐가 시민사회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유일한 관심사”라며 “그 사람이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는 퇴임 후에 따지면 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은 재미있게도 철학이 없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에 대한 비전과 남북통일에 대한 비전이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민주주의를 성숙한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자기만의 비전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분(문 대통령)은 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자기가 대통령 하려고 했던 분이 아니다. 친노세력이 폐족 상태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때 필요한 카드로 사용했고 지금도 거기 얹혀 가는 것이 아닌가”라며 “대통령은 윤리적 이슈를 놓고 사회가 분열됐을 때 통합하고 기준을 세워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조국 때는 오히려 기준을 무너뜨렸고, 윤미향 때도, 이번 추미애 장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 강요 때도 정리를 해주지 않는다. 국민을 통합시켜야 하는데 갈라치기한다. 대통령이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철저하게 수평적 네트워크적인 대통령이었지만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NL의 개인숭배 문화를 답습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수령님 문화’ 비슷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 숭배는 전대협 ‘의장님’이 행사장에 가마 타고 입장하던 봉건적 문화의 습속이 낳은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이다. 이걸 대통령 본인이 알아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감 자체가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