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소녀, 학교 폐쇄 결정에 ‘이색 시위’

입력 2020-11-18 09:29 수정 2020-11-18 09:44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시내에 있는 학교 밖 골목에 책상을 펴놓고 친구 리사 롤리아티(12)와 함께 원격 수업에 참여한 아니타 야코벨리(12·왼쪽).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는 이탈리아에서 10대 소녀들이 당국의 학교 폐쇄 결정에 항의하며 이색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7학년(중학교 2학년)인 아니타 야코벨리(12)는 매일 토리노시내 교문이 굳게 잠긴 모교 담장 밖에 접이식 책상과 의자를 놓고 원격 수업에 참여한다.

겨울 문턱에 들어서면서 다소 쌀쌀한 날씨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는 행인까지 쾌적한 학습 환경은 아니지만 개의치 않는다.

AFP=연합뉴스

아니타가 따뜻하고 편한 집을 마다하고 굳이 찬바람을 맞으며 학교 앞에서 수업하는 것은 당국의 학교 폐쇄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토리노가 속한 피에몬테주를 비롯해 4곳을 바이러스 고위험지역, 이른바 ‘레드존’으로 지정해 이달 6일부터 7학년 이상 원격 수업 전환과 주민 외출 제한, 음식점·주점을 포함한 비필수 업소 폐쇄 등의 봉쇄령을 내렸다.

아니타는 1차 유행 때인 지난 3월 초부터 이탈리아 전역에 고강도 봉쇄령이 발효되면서 한 학기 내내 학교에 가지 못했다.

9월 중순 가까스로 대면 수업이 재개됐지만, 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불과 두 달 만에 교문은 다시 닫혔다.

AFP=연합뉴스

아니타는 “정부가 학교를 다시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또 다른 학년을 원격 수업으로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컴퓨터 화면이 아닌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 그 모든 것이 그립다”고 말했다.

아니타 뒤에는 ‘학교에서의 배움은 우리의 권리’라고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시간이 가면서 아니타와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하나둘 동참해 지금은 거리의 책상 수가 꽤 늘었다.

최근에는 루치아 아촐리나 교육장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하루빨리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응원 메시지를 전해왔다고 한다.

현재 이탈리아는 여전히 하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3만명에 이를 정도로 피해가 심각해 학생들이 언제쯤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7일 기준 이탈리아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3만2191명, 사망자는 731명을 기록했다. 누적으로는 각각 123만8072명, 4만6464명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