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41·후지타 사유리)가 비혼 상태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아들을 낳아 이목을 모은 가운데 12년 전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출산한 방송인 허수경(53)에게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8년 MBC ‘전문 MC’ 1기로 데뷔한 허수경은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만 낳아 기르는 ‘자발적 비혼모(Single Mothers by Choice)’를 국내에 가장 먼저 널리 알린 주인공이다. 허수경은 2007년 여름 이혼 후 독신인 상태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임신했다고 ‘공개선언’을 했다.
당시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한 허수경은 2008년 1월 정자 기증을 통해 시험관아기를 출산했다. 그렇게 낳은 딸의 이름은 자신의 성씨를 따 지었다. 그녀의 출산기는 같은 해 2월 다큐 프로그램 ‘인간극장’(KBS1)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두 번의 결혼 실패 과정에서 불임 판정을 받았던 허수경은 당시 ‘인간극장’에서 비혼모 선택에 대해 “아무리 날 인정해줘도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여자로서 가치 있는 일을 해내는 것”이라며 “(아이를 낳는) ‘제일 가치 있는 일을 못 하는구나’ 생각해서 가슴 아팠다”고 털어놨다.
아이를 향해서는 “아빠가 없다는 결핍을 채워주기는 힘들겠지만 두 배, 세 배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허수경은 2014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에 딸 은서양과 동반 출연해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허수경은 2010년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세 번째 결혼을 했다. 이들 가족은 2017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MBC)를 통해 단란한 가족 생활을 공개했다. 허수경 가족은 현재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다.
허수경 이후 12년 만에 사유리의 출산으로 비로소 대한민국에서는 연예계를 넘어 사회, 정치권에까지 비혼모 관련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사유리는 지난 4일 일본 정자은행에 보관돼 있던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16일 KBS 1TV ‘뉴스 9’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미혼 여성에게 정자 기증을 금지하는 법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미니즘과 맞물려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정자 기증은 ‘법률적 혼인관계’인 부부에게만 원칙적으로 시술해야 한다는 윤리지침을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