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황황’ 트리오 태운 ‘불완전체’ 벤투호, 불안과 희망 다 봤다

입력 2020-11-17 23:59 수정 2020-11-18 00:00
축구 남자 국가대표팀 공격수 황의조가 17일 오스트리아 BSFZ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골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남자 국가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원정 평가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최근 두 경기에서 연패했던 아시아 신흥강호 카타르를 상대로 한 승리라 더 달콤했다. 다만 불완전한 전력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불안한 수비 조직력과 완성도가 모자란 빌드업 축구는 숙제로 남았다.

대표팀은 17일 오스트리아 마리아엔처스도르프 BSFZ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2대 1로 이겼다. 멕시코전에 이어 손흥민과 황의조의 파트너십이 빛을 발하며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이번 승리로 대표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뒤늦게 열린 두 차례 평가전에서 1승 1패의 성적을 거두고 올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음 일정은 내년 3월에 재개되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지역예선이다.

이번 경기는 전력을 점검할 평가전이었지만 설욕전의 성격도 있었다. 카타르는 앞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하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2대3으로 격파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사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벤투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던 지난해에도 아시안컵 8강전에서 0대1 뼈아픈 패배를 안긴 바 있다. 아시아 최강 자리를 다투는 대표팀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전적이었다.

시작은 산뜻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상대 수비수 부알렘 쿠키가 페널티박스 안쪽 왼 측면에서 공을 잡고 머뭇거리는 사이 황의조가 달려들어 이를 낚아챘다. 정면에서 기다리던 황희찬은 그대로 패스를 받아 손쉽게 골을 터뜨렸다. 골이 터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6초. 1979년 박성화의 바레인전 20초 득점 기록보다 앞선, 역대 국가대표팀 최단시간 기록이다. 저돌적인 공격진의 압박이 효과를 발휘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후 동점골을 내주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반 8분 수비수 타렉 살만이 한국 수비 뒷공간으로 뛰어 들어가는 아시안컵 득점왕 출신 공격수 알모에즈 알리에게 길게 패스를 찔러줬다. 한국의 오프사이드 트랩이 무너지면서 그대로 구성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알리는 반대편 골망으로 강하게 공을 차넣어 골을 성공시켰다. 주전들이 빠지면서 불안해진 한국의 수비 조직력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전반 중반까지 대표팀의 수비는 불안했다. 후방에서 공간을 찾지 못한 채 패스를 돌리는 장면이 잦았고 이를 가로채기 당해 역습을 허용하기도 했다. 정우영이 버틴 미드필드도 포백 보호에 자주 실패하며 공간을 노출했다. 지난 멕시코전에 이어 중앙수비수로 기용된 원두재는 걷어내기에서 또 약점을 드러냈다. 중앙수비 짝 권경원도 이를 다잡아주기보다 함께 흔들리는 모습이 더 많았다.

불안정한 와중 다시 점수를 낸 건 멕시코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던 손흥민과 황의조 조합이었다. 상대 진영 왼측면에서 공을 잡은 미드필더 이재성이 페널티박스 왼측면 빈 공간에 쇄도한던 손흥민에게 감각적으로 패스를 찔러줬다. 공의 속도를 그대로 살려 돌파한 손흥민이 중앙에서 돌진해오는 황의조에게 공을 넘기자 황의조는 이를 카타르 골망에 방향만 돌려 밀어넣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만들어가는 축구’가 구현된 순간이었다.

후반 들어 카타르와 공방을 주고받던 대표팀은 올 시즌 K리그1 최우수선수(MVP) 손준호를 중원에 투입해 무게를 더했다. 손준호는 들어간 지 얼마 안되어 황의조의 슈팅으로 이어지는 중거리 패스를 날린 데 이어 이후에도 안정적인 패스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함께 투입된 풀백 이주용 역시 선발 김태환의 빈자리를 무난히 메웠다. 이후 벤투 감독은 중원 자원인 이강인과 주세종, 윙어 엄원상을 투입해 대체 전술을 시험한 뒤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대표팀은 이번 두 차례 평가전에서 불완전한 수비 전력을 그대로 드러내며 숙제를 남겼다. 잇따른 부상과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주요 자원들이 빠졌음을 감안하더라도 내년 월드컵 예선을 감안하면 만족하긴 어려운 수준이었다.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미드필드 장악력 역시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는 명백한 열세였다. 다만 그간 온전하게 발을 맞춰볼 수 없었던 전방 자원들이 건재함을 확인한 건 소득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 관련해 전세기 투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협회는 카타르전 종료 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선수와 스태프를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발시켜 19일 귀국시킨다. 이후 의무팀 인력 등이 코로나19 확진 선수·스태프와 함께 격리 상태로 남아있다가 협회가 보낸 전세기로 함께 귀국할 예정이다. 유럽파 선수들은 18일 각자 소속팀 국가로 출국한다. 다만 손흥민은 경기 당일인 17일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보낸 전세기를 타고 먼저 영국으로 향한다. 러시아리그 소속 황인범은 다른 확진 선수들과 함께 국내 입국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