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에 낙엽처럼 휩쓸린 20승 투수… 알칸타라 어쩌나

입력 2020-11-18 06:00
두산 베어스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오른쪽)가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4회말 1사 1루 때 NC 다이노스 7번 타자 권희동에게 사구를 던지자 올라온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페넌트레이스에서 유일하게 20승을 찍은 투수가 가을에 1승도 수확하지 못했다. 3경기에서 수확한 성적은 무승 2패. 2년 연속 왕좌를 노리는 팀의 에이스로 보기에 미흡한 성적이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28·도미니카공화국) 얘기다.

알칸타라는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NC 다이노스와 가진 2020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4실점(4자책점)하고 3-4로 뒤처진 6회말 수비 전환과 동시에 불펜 박치국과 교체됐다. 두산의 3대 5 패배로 알칸타라는 패전투수가 됐다.

알칸타라의 포스트시즌 3번째 선발 등판. 시리즈마다 1경기씩을 소화했다. 이를 종합한 성적은 17이닝 20피안타(4피홈런) 4볼넷 8탈삼진 11실점(11자책점) 평균자책점 5.82다. 포스트시즌 경기당 평균 1차례 이상 허용한 홈런 수와 6점에 가까운 평균자책점이 알칸타라의 포스트시즌 부진을 말해 준다.

정규리그(KBO리그)의 알칸타라는 달랐다. 31경기에 선발 등판해 198⅔이닝을 소화하면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27차례, 그중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13차례나 성공했다. 그렇게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를 쌓았다.

올 시즌 KBO리그 20승 투수는 알칸타라가 유일하다. 알칸타라는 이미 다승왕을 확정했고, 한 시즌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제7회 최동원상도 수상했다. ‘코로나 시즌’ KBO리그에서 월간 마지막인 10월 최우수선수(MVP)도 알칸타라로 선정됐다. 그만큼 페넌트레이스에서 알칸타라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으로 넘어온 알칸타라는 위축됐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를 9대 7로 잡고 시리즈 승리를 확정한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⅓이닝 6피안타(3피홈런) 4실점(4자책점)하고 교체됐다. 팀은 승리했지만, 알칸타라가 선발승을 수확하지는 못했다.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당시만 해도 알칸타라가 출전 당일 오전 목에서 느낀 담 증세를 부진의 이유로 들었다. 그래서 엿새의 휴식을 줬다. 알칸타라는 그 신뢰와 배려에 부응하듯 지난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KT 위즈를 상대한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회초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1점도 뽑지 못한 타선의 박한 지원에 알칸타라의 힘도 빠졌다. 100구를 넘긴 8회초로 들어서면서 무너졌다. 2사 1·3루에서 KT 4번 지명타자 유한준에게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빼앗겼다.

7⅔이닝 동안 책임주자의 홈인까지 3실점(3자책점)한 투구 내용은 그렇게 부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팀의 2대 5 패배로 패전투수가 됐다. 먼저 2승을 거두고 스윕으로 끝낼 수 있던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1패를 당한 점도 에이스의 입장에서는 뼈아팠다.

알칸타라는 지난해 KT에서 KBO리그로 데뷔해 올해 이적한 두산에서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고 있다. 첫 한국시리즈의 경험도 패전의 쓴 기억으로 남게 됐다. 7전 4선승제인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이 2차전부터 반격하면 알칸타라에게도 만회할 기회는 돌아올 수 있다.

다만 NC의 올해 기세가 만만찮다. NC는 개막 2주차인 5월 13일부터 KBO리그에서 단 한 번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고 그대로 창단 첫 우승을 달성했다. 또 한국시리즈 1차전 승자의 우승 확률 75%도 선점했다. 두산에 4연패를 당하고 끝낸 2016년 한국시리즈의 악몽도 우승을 향한 의지에 작지 않은 동기를 부여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