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뒤 남겨진 아들 김한솔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데려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은 16일(현지시간) 미 주간지 뉴요커에 보낸 ‘북한 정권을 뒤집기 위한 지하운동’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김정남 가족들이 국제 반북단체의 도움으로 네덜란드로 피신했으나 이후 CIA가 데려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주장했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경작용제 공격에 살해됐다. 김한솔은 그로부터 3주가 지난 3월 8일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무사히 피신했음을 알렸다. 하지만 어떻게 피신했고,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밝히진 않았다.
김 작가에 따르면 김한솔은 아버지 김정남이 피살된 직후 반북단체 ‘자유조선’의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마카오를 빠져나가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김한솔과 홍 창은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창은 김한솔 일가를 도피시키기 위해 전직 미 해병대원인 크리스토퍼 안에게 대만 타이베이공항에서 김한솔을 만나 미행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한솔과 타이베이공항에서 접촉한 크리스토퍼 안은 개별 방이 있는 공항 라운지에 이 가족을 들여보냈다.
이후 홍 창으로부터 김한솔 가족을 받아줄 3개국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왔고, 시간이 좀더 지난 후 네덜란드로 출국시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러나 김한솔 가족이 암스테르담 외곽 스키폴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는 순간, 게이트 검표 직원은 “너무 늦게 와 탈 수 없다”며 탑승을 막았다.
라운지로 되돌아온 김한솔 가족에게 몇 시간 뒤 CIA 요원 2명이 찾아왔다. 그들은 김한솔과의 대화를 요청했고, 다음날 다시 와 암스테르담행 항공권 예매를 도와주며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키폴공항에 도착한 김한솔은 홍 창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홍 창은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확인한 뒤 자유조선 활동가와 변호사를 약속된 호텔 로비에 보냈다. 하지만 김한솔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김 작가는 “여러 관계자가 CIA가 김한솔과 그의 가족을 모처로 데려갔다고 말해줬다”면서 “그 장소가 네덜란드인지 다른 나라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