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앞두고 손바닥 뒤집듯 한 국책사업…나쁜 선례 만들었다

입력 2020-11-17 18:06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년 가까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부지 선정 4년 만에 다시 사실상 백지화됐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여권이 신공항 재검토를 주장하고 신공항 사업 검증이 다시 이뤄져 결국 사업 백지화로 결론하면서 대형 국책사업이 정치논리에 따라 뒤집어지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20년 가까이 끌어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이 다시 전면 재검토되는 등 공항정책의 혼란이 이어지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타당성 검증 결과 발표를 통해 “김해 신공항안은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김해 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사업이 확정될 당시에 비행절차의 보완 필요성, 유도로의 조기설치 필요성, 미래수요 변화 대비 확장성 제한, 소음범위 확대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국제공항의 특성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안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검증위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주된 이유로 꼽은 ‘장애물 절취’ 부분의 경우 법제처가 관련 유권해석을 내놨을 때부터 이미 김해신공항 백지화가 예고됐었다. 법제처는 “장애물 절취와 관련해 국토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지난 10일 검증위에 전달했다. 공항 건설 시 인근 산을 깎아야 하는데 이를 국토부장관 재량으로 할 수 없고 부산시와 협의하라는 것이다.
결국 이는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대선 후보 시절부터 언급해온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수삼 검증위원장은 그러나 “정부가 (기본계획을) 충분히 보완해 (김해 신공항으로) 갈 수도 있고 다른 공항으로 갈 수도 있다”며 “(검증위에서) 단 한 단어도 (가덕도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정부 산하 위원회의 이번 결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추진돼야 할 국책사업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사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 백지화 이후 신공항 재추진 과정에서 지역 간 갈등이 다시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동남권 인구는 늘어날 것 같지 않은데 수요 문제를 언급하는 등 검증위가 내놓은 결과가 모호하다”며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으로 가기 위한 첫 단추를 꿴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형 국책사업은 거시적 안목을 갖고 정권을 초월해 추진돼야 하는데 정권만 바뀌면 자꾸 재검토되고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정권에 의해 바뀌는 식이 계속되면 지역주민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