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보이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과거의 대구·경북, 수도권 중심 확산과 다른 양상의 ‘3차 대유행’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일 정례 브리핑을 열고 오는 19일 0시부터 2주 동안 서울과 경기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일주일간 수도권의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는 111.3명으로 거리두기 1.5단계 기준인 100명을 넘겼다. 다만 하루 평균 4명꼴로 발생한 인천에는 23일 0시부터 1.5단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강원도 역시 주 평균 일일 확진자와 60대 이상 환자 수가 격상 기준을 초과했다. 하지만 정부는 권역 전체의 거리두기 강화 대신 강원도에서 자체적으로 지역을 선정해 거리두기를 격상하도록 했다. 영서지방에 신규확진자가 집중됐다는 점이 고려됐다.
1.5단계를 적용하는 권역에서는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일부 제한된다. 유흥시설에서는 춤을 출 수 없고, 노래방과 공연장에서는 음식 섭취가 금지된다. 50㎡ 이상의 식당·카페에서는 테이블 간 1m 거리 확보, 한 칸 띄워 앉기, 가림막 설치 중 한 가지를 지켜야 한다. 미용실 등의 이용 인원은 4㎡당 1명으로 제한되며 국공립시설은 50%, 스포츠 경기는 30% 수준의 입장객만 받는다.
정부는 최근의 지역적 유행이 전국으로 번질 경우 수능과 서민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1.5단계 수준에서의 유행 차단을 강조했다. 이어 오는 19일부터 수능특별방역기간을 운영해 학원과 스터디카페 등의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은 “민생을 어렵게 하는 2단계까지 가지 않고 유행을 차단해야 한다”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2주간 모든 모임과 약속을 취소·연기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상황을 낙관하긴 쉽지 않다. 최근의 유행은 앞선 대구·경북이나 수도권 중심 유행보다 산발적인 집단 감염을 특징으로 해 방역 범위가 더 넓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정 교회나 고위험사업장만 막으면 되는 상황이 아니라 문제”라고 말했다.
외부 요인도 악재다. 춥고 건조한 날씨에 예상 밖의 미세먼지까지 겹쳤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기저질환자나 고령자들의 위험요인은 하나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확진자는 이날로 나흘째 200명을 넘겼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23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거리두기를 자체 격상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속속 늘었다. 전남대병원발 집단감염 등으로 하루 만에 18명의 확진자가 나온 광주시는 19일부터 1.5단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강원도 철원군 역시 같은 날부터 1.5단계로 격상한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