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2차 때보단 낫지만… 추위·연말연시 등 ‘폭발지점’

입력 2020-11-17 17:52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3차 유행’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 유행을 조기에 억제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감염재생산지수나 감염경로 불분명 비율, 중환자 수 등 각종 지표는 대체로 2월·8월 유행 때보다 아직 양호하다. 하지만 춥고 건조해지는 날씨,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 젊은층의 확산세 등을 감안하면 폭발적 대유행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상황이다.

유행의 척도를 알 수 있는 여러 지표를 통해 현 상황을 이전 유행과 비교해보면 크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 17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확진자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환자 수를 뜻하는 감염재생산지수(R0)는 전국적으로 1.15였다. 8월 유행 때(1.5)보다 낮다. 2월 대구·경북 유행(3.53)이나 5월 서울 이태원발 유행(2.69)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하지만 R0값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고, 감염병 통제 수준인 1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위험신호다.

60대 이상 환자의 비중은 지난 8월 유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1주간 신규 확진자 중 60대 이상 환자의 비율은 31%였다. 이는 서울 도심 집회발 감염이 확산되던 8월 23일~9월 5일(34.8%)에 약간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 2주간 감염경로 불분명 비율도 13.8%로 8~9월 유행보다는 양호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대를 웃돌던 8월 21일~9월 3일 감염경로 불분명 비율이 24.4%였던 것과 비교하면 방역망이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8월 유행보다 위중증 환자 수도 적었다. 위중증 환자 수는 8월 유행의 여파가 지속되던 지난 9월 11일 175명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위중증환자는 50~60명선을 유지했다. 중환자 병상 역시 지난 유행 때보다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초 코로나19 중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지적됐다. 당시 사용 가능한 중환자 치료 병상이 없는 시·도가 하루 4~5곳씩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중환자만 받는 전담 치료병상을 마련해왔다. 이날까지 전국 중환자 치료병상은 405개가 확보됐고, 입원 가능한 병상이 65개였다. 중환자 전담 치료병상은 전체 138개 중 67개가 사용 가능했다.

하지만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병상 부족 문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강원도는 이날 사용 가능한 중환자 병상이 1개만 남았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은 55개로 여력이 있다”며 “전국적으로도 중환자 병상은 130개로 아직 여유가 있으나 중증도 평가와 환자 전원 등을 통해 미리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아직은 전반적으로 2월·8월 유행보다 좀 더 나은 상황이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코로나19에 취약한 측면이 있는 반면, 환기를 너무 자주 하면 감기 등에 오히려 취약하다”고 언급했다. 기온이 낮아지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활성화되기도 쉽다.

최근 4주간 발생한 확진자의 절반가량이 사회활동이 많은 청장년층에 집중된 점도 위험요인이다. 연말연시 각종 모임은 방역의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연말연시 대면 모임이나 행사계획도 올해만은 잡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