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강화를 둘러싼 유통업계의 변화 움직임이 거세다. 자사 내부적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며 시너지를 내던 데서 나아가 이종 업종과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으며 생존전략을 짜는 모양새다.
최근 유통업계에선 굵직한 합종연횡 발표가 연이어 쏟아졌다. GS리테일은 지난 10일 GS홈쇼핑과의 합병을 발표한 데 이어 17일엔 KT와 손잡고 ‘디지털물류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온·오프라인 역량을 합쳐 초대형 커머스 기업을 만들어나가는 데 핵심 역량이 될 물류운송 시스템을 KT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최적화해 그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날엔 SK텔레콤이 아마존과의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한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11번가 관계자는 “비통신 분야에서 중요한 한 축으로 이커머스를 꼽아왔던 SK텔레콤의 장기적 전략이 아마존과의 협력을 계기로 한 단계 더 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 최근 이종 업종과의 협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효율성과 속도를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경쟁이 워낙 치열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포인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직접 할 수 없는 부분을 그 부분에 특화된 이종 업체와 협력하면 더 빠르게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신세계그룹과 롯데쇼핑도 자사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통합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 경쟁력을 갖춘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은 유지하면서 온라인 역량을 강화해 시너지를 키우는 전략이다. 지난달 신세계그룹은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SSG닷컴 대표도 겸직하도록 하면서 온·오프라인간 시너지 내기에 힘을 실었다. 지난 4월 통합 온라인쇼핑 플랫폼 ‘롯데온’을 론칭한 롯데쇼핑은 기존 오프라인 점포들을 물류, 배송의 거점으로 활용하며 온·오프라인 통합을 효율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를 만나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온 온라인시장의 성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이 전년 대비 3.0% 감소하는 동안 온라인 유통업체는 15.9%가 증가했다. 온라인 유통업체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상반기 40.9%에서 올 상반기 46.4%로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성장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8년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22년에는 200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여기에 IT기업인 네이버가 CJ그룹과 지분교환을 통해 혈맹 관계를 이루며 쇼핑 부문의 파이를 키우고, 쿠팡이 빠른 속도로 유통 강자로 성장한 것도 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각자의 강점을 토대로 이커머스를 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종국엔 가격이나 배송 경쟁뿐 아니라 상품과 기업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를 얻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여기서 신뢰를 얻은 업체가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