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만에 ‘일본해’ 명칭 사라진다…국제표준 해도집 수정

입력 2020-11-17 17:21

국제수로기구(IHO)가 바다의 명칭을 고유번호 부여 방식으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각국이 바다를 표기하는 데 나침반 역할을 해온 IHO의 국제표준 해도(海圖)집에서 ‘일본해’라는 명칭이 91년 만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동해’ 표기를 두고 23년간 이어진 한·일 외교전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17일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IHO 회원국들은 전날 화상으로 열린 제2차 IHO 총회에서 그간 사용해온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의 개정판인 ‘S-130’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바다에 명칭 대신 고유번호를 부여한다는 게 S-130의 핵심 내용이다. IHO는 총회 결과를 회원국에 서면으로 회람한 뒤 다음 달 1일쯤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S-130을 근거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국가·기업에 수정을 적극 요청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 역시 S-23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동해의 명칭은 일본해”라는 주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신표준인 S-130 개발에 적극 참여해 동해 표기 확산의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해 표기율은 2000년대 초반 2%에 그쳤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4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130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IHO 3차 총회가 열리는 2023년은 돼야 동해의 구체적인 고유번호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관심 정도가 크기 때문에 내년 10월 5차 이사회, 2023년 4월 3차 총회에서 진행 사항이 보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제 강점기인 1929년 처음 발간돼 줄곧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온 S-23은 출판물 형식으로만 공개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 매체들은 “IHO가 일본해 단독 표기 방안을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러나 “IHO 사무총장 보고서상 제안에서도 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에 나온 출판물로서만 공개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이번 합의는 그간 일본해를 단독 표기해온 기존 표준인 S-23이 향후 개발될 신표준인 S-130으로 이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