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1인당 50달러…백신 선진국 쏠림 우려

입력 2020-11-17 17:14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을 맞으려면 1인당 50달러 가량 들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국민들에겐 아니겠지만, 개발도상국 등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은 백신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EU)이 모더나사와 백신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이며, 1회분에 25달러 미만을 희망하고 있다고 17일 EU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EU 관리는 며칠 내에 협상이 타결될 것이며 현재는 주로 계약서의 법적 조문에 집중하는 상태라면서 가격과 같은 사항에는 특별히 걸림돌이 없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8월 모더나와 1회분당 15달러에 총 1억회분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정부가 개발 단계에서 내준 지원금 1억달러와는 별도의 지불액이다. 이 지원금을 더하면 1억회분 가격은 1회분당 25달러 수준이다.

모더나 백신은 2차례 접종하는 방식인 만큼 한 사람당 50달러(약 5만5000원) 수준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추가로 4억회분을 살 선택권을 갖고 있으며 추가 매입 시의 구매가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은 모더나보다 다소 저렴한 20달러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의 극저온에서 보관 및 유통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미 CBS방송에 따르면 이 백신을 보관할 초저온 냉동고 1대의 가격은 2만달러(약 2200만원)에 달한다.

이런 시설이 부족한 국가나 구매 여력이 없는 병원은 백신이 나와도 공급받을 길이 없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두 제약사에서 생산하는 백신 물량 대부분은 고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국에 갈 예정이다.

화이자는 현재까지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영국에 백신 총 11억 도즈를 판매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화이자는 2021년까지 백신 13억 도즈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 안에 생산되는 백신 물량 대부분을 부국들이 가져간다는 뜻이다.

모더나 역시 2021년 안에 백신 5억∼10억 도즈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부국들이 물량 대부분을 선주문한 상태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미국은 모더나 백신 1억 도즈를 선주문했고, 추후에 5억 회분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옵션도 계약에 포함했다.

이 인권단체는 캐나다(5600만 도즈), 일본(5000만 도즈), 유럽연합(1억6000만 도즈)도 백신 대량 구매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일부 부국을 제외한 대다수 나라는 백신 균등 공급을 목표로 추진되는 다국가 연합체인 ‘코박스’(COVAX)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코박스 가입국들은 2021년 말까지 총 2회에 걸쳐 각국에 인구의 20%에 달하는 백신 물량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6개 제약사와 백신 대량 공급 계약을 맺은 미국은 코박스 가입국이 아니다.

미 듀크대학교 글로벌 보건 연구소는 최근 연구를 통해 2024년에야 전 세계 인구에 충분한 백신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듀크대 연구진은 미국이 주문 분량을 모두 확보하면 전 세계 백신 물량의 4분의 1을 통제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백신 지원을 외교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며 자국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리슈나 우다야쿠마르 듀크대 글로벌 보건연구소장은 “백신을 둘러싼 외교와 국가주의 사이 긴장감이 감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