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이 LCC업계에 가져올 영향은?

입력 2020-11-17 16:32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추진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지각변동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과당경쟁 구조가 LCC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만큼 이번 빅딜을 계기로 LCC 업체 간 공격적 인수합병(M&A) 및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발표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침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두 항공사의 계열 LCC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3사가 통합된다. 통합된 업체는 매출 규모 1조7000여억원으로 국내 1위이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초대형 LCC가 된다.

초대형 LCC업체 탄생이 업계에 가져올 변화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예상된다. 우선 소규모 LCC들이 통합된 LCC와 경쟁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도모해 업계 전반이 재편될 가능성이다. 업계에선 이미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위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시도한 바 있는 제주항공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다시 한번 티웨이항공이나 다른 업체를 인수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른 쪽에선 정부가 독과점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3사 통합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노선 축소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설 거라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이들 자회사가 통합되면 국내선 점유율이 60%가 넘어 독과점 문제가 나온다”며 “애초부터 과당경쟁이 문제였던 LCC 업체의 몸집을 줄이는 게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조치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통합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을 거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내년 4월 이후 일정 수준의 구조조정이 단행될 거라는 관측이 많다. 내년 4월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받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의무 고용 유지 기간이 끝나는 시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LCC 업계가 포화상태인 만큼 대다수 국내선, 단거리 노선이 중복된다. 노선 통폐합에 따른 유휴 인력이 대량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연합은 연일 이번 M&A안을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날 자료를 내고 “산업은행의 유례 없는 지원은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는 물론, 돈 한 푼 내지 않고 무자본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하는 것”이라며 “(인수) 자금은 한진그룹이 보유한 빌딩 한두 개만 매각하거나 기존 주주의 증자로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내 최대 규모 노동조합인 대한항공노동조합은 “3자연합의 간섭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한다”며 반박했다. 이 노조는 “항공업 노동자들의 최우선 과제는 채권자와 주주 권익 보호가 아닌 고용안정”이라며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전제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대한항공 내 다른 노조 2곳(조종사노조, 직원연대지부)과 아시아나항공 노조 3곳이 ‘노동자를 배제한 인수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한 것과 상반된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