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고추장 학대’ 교사가 무죄에서 유죄된 이유

입력 2020-11-17 16:10
게티이미지뱅크

이른바 ‘인강학교 학대’ 사건으로 잘 알려진 서울 내 특수학교 학대 사건에서 지적장애인 학생에게 고추냉이와 고추장을 강제로 먹인 교사에 대한 판결이 뒤집혔다. 1심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그가 했던 자백 내용을 들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교사 차모씨와 사회복무요원 백모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차씨는 피해 학생에게 고추냉이와 고추장을 강제로 먹인 혐의를 받는다. 앞서 1심은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할 정도의 중증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학대 행위를 가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차씨가 고추냉이 등을 강제로 먹이는 것을 봤다는 사회복무요원들의 진술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는 완전히 다른 판결을 내놨다. 2심은 “차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점심시간에 메밀국수가 나왔는데 피해 학생에게 고추냉이를 맛보게 했으나 학생이 이를 거절하면서 옆에 앉은 학생을 꼬집자 화가 났고 이에 고추냉이 등을 과하게 먹인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며 “이 내용은 행위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이고 검사로부터 답변이 유도된 것이라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씨가 이같은 행위를 했다면 피해 학생이 거부 의사를 강하게 표현해 주변 사람들이 이를 목격했을 것임에도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피해 학생의 의사 표현 능력이 불완전한 탓에 감정표현을 강하게 못 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예방 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이날 백씨에 대한 판결 역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백씨는 함께 근무하던 다른 사회복무요원 2명과 함께 지적장애 학생 5명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학생들에게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게 하며 얼차려를 주고, 때릴 듯이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실제 주먹으로 폭행하거나 캐비닛에 가두는 학대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백씨와 가해자들의 잘못을 꾸짖으면서도 “백씨 등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되기 전 장애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없다”며 “별다른 지식, 경험이 없었던 백씨 등이 감당하기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했었다. 당시 재판부는 백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다른 두명에게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다른 피고인들의 형은 확정됐으며 차씨와 백씨만 불복해 상고장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