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 직전 국방 분야에서 중대 조치를 잇달아 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을 감축하라는 명령을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군사적 타격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국방부는 아프간·이라크 주둔 미군을 내년 1월 15일까지 각각 2500명씩 감축토록 철군 계획을 짜라는 내용의 ‘준비 명령’을 일선 지휘관들에게 통보했다고 CNN방송이 16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군 지휘관들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철군과 관련한 공식 명령을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이 전했다.
한때 수십만 명 규모였던 아프간·이라크 주둔 미군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탈레반과 종전협정을 체결한 이후 아프간 주둔군은 4500명, 이라크 주둔군은 3000명까지 쪼그라들었다. 만약 내년 초 추가 철군이 현실화되면 미군 병력은 아프간에 2000명, 이라크에는 500명만 남게 된다.
아프간·이라크 철군 논의는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틀 뒤인 지난 9일 에스퍼 전 장관을 트위터로 경질했으며 이어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직무대행, 정보담당 차관 등 고위직 인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그 빈자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충성하는 조기 철군파가 채웠다고 한다.
에스퍼 전 장관은 끝까지 미군 감축에 반대하다가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에스퍼 전 장관은 아프간·이라크 철군이 시기상조라는 서한을 이달 초 백악관에 발송했다. 중동 지역을 관장하는 케네스 매켄지 중부사령관, 오스틴 밀러 아프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이런 인식에 동의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백악관 집무실 회의에서 이란 핵시설 타격 방안을 최측근 인사들과 논의했다고 복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 밀리 합참의장 등 외교안보 분야 핵심 참모들이 참석했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타격에 관심을 보인 건 이란 핵능력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핵시설 타격 옵션은 무엇이며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미사일 공격도 거론됐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밀리 의장이 확전 우려 의견을 제시하면서 사장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자산 또는 이라크 등지의 친이란 세력을 공격하는 방안을 여전히 고민 중일 수도 있다고 미국 관리들이 전했다. 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이란이나 다른 적대 세력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벌일지 모른다고 사석에서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이란을 타격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이란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겠다고 공약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이란 핵시설 타격을 실행에 옮기면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